일왕 오찬서 '일왕 교토 이주론' 제안..언론 공개

일본의 연립여당인 국민신당 대표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상이 지난 24일 도쿄(東京)에 있는 왕궁에서 열린 아키히토(明仁) 일왕 초청 오찬 자리에서 '일왕 교토(京都) 이주론'을 일왕에게 제안했다.

가메이 금융상은 지난 9월 취임 이후 중의원 의석 3명의 소수당임에도 민주당의 방침과 다른 정책도 거침없이 밝히면서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이번 발언도 그동안 금기시돼 온 일왕과의 대화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가메이 금융상은 지난 27일 TV아사히에 출연한 자리에서 일왕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당시 일왕에게 "권력의 상징이던 에도성(현재의 왕궁)에 사시지 말고, 교토나 히로시마(廣島)에 사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성에서 사시는 것은 입장 상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가메이 금융상은 발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메이지(明治)시대에 바쿠후(幕府) 권력의 상징이던 자리에 들어가 계시는 것이 그 이후의 역사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듯한 모습이 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에 대해 폐하(일왕)는 '나는 교도는 좋아한다'라고 말씀하셨지만 내 출신지인 히로시마에 대해 좋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각료가 일왕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이달 중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일 당시 일왕과의 면담이 정부측의 요청으로 이례적으로 이뤄지면서 상당한 논란이 발생한 직후 나온 이번 발언도 적지 않은 파문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1973년에는 히로히토(裕仁) 당시 일왕의 발언을 공개했던 마스하라 게이키치(增原惠吉) 당시 방위장관이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비등해지면서 사임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