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다음날 자선 관습 `오역'으로

영국을 비롯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은 크리스마스 이튿날인 12월26일을 복싱데이(Boxing Day)로 부르며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이날은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집배원, 환경미화원 등 한 해 동안 궂은 일을 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관습이 있다.

복싱 데이에서 Boxing은 `상자'(Box)를 뜻한다.

빈 상자 안에 자선 물품을 채워준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과거 영국의 통치를 받았던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이날이 권투를 뜻하는 복싱으로 뜻이 변질됐고, 이제는 각종 권투시합이 열리는 연중 최대의 `복싱 시합의 날'로 발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가나의 아크라스 오헤네 드잔 스포츠 스타디움에서는 9개의 권투 시합이 열리고, 이 가운데 6개 시합은 아프리카 타이틀이 걸렸으며 나머지 3개는 가나의 권투 영웅들이 나이지리아의 라이벌들과 시합을 벌이는 빅 이벤트들이다.

가나 외에도 우간다, 말라위, 잠비아, 탄자니아, 가이아나 등 영국으로부터 `복싱데이'의 유산을 물려받은 아프리카와 일부 남미 국가들은 과거 복싱데이를 국가 공휴일로 처음 지정했던 빅토리아 여왕의 뜻과는 완전히 판이한 모습으로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복싱 대회가 열리며 국민들은 이 시합에 열광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이아나의 수도 조지타운에서 복싱 프로모터를 하고 있는 가르윈 홀란드는 이 관습이 영국식 관습을 잘못 받아들인 원주민들이 현지의 문화에 맞춰 이 말을 해석하면서 복싱데이는 권투를 하는 날로 굳어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라위 복싱연맹 회장인 헨리 사칼라는 WSJ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복싱데이에 복싱을 하는 것은 기독교적 관행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휴일에 사람들은 뭔가 볼거리를 찾게 되고 그것이 복싱을 포함한 여러 스포츠 관전으로 이어지는 전통이 생긴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