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불발로 용의자 체포..백악관, 보안검색 강화 지시
용의자 나이지리아인 남성 "알카에다 조직원" 자백


성탄절 휴일을 노린 알카에다의 여객기 내 폭탄 테러 기도가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승객 278명과 승무원 11이 탑승한 미국의 노스웨스트(델타와 합병 진행 중) 항공 소속 에어버스 330 여객기가 25일 정오께(현지시간) 디트로이트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기내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폭탄 테러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백악관은 테러 시도임을 확인하고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항공기에 대한 보안검색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여객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을 출발, 디트로이트 공항 착륙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착륙 직전 기내에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일자 즉각 승무원과 승객이 용의자를 제압했다.

용의자는 폭발물을 터트리려다 실패해 2∼3도 화상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승객 2명이 경미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에서 승객과 승무원들에 제압된 용의자는 당국에 넘겨진 뒤 자신이 알카에다 조직원이라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용의자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로 확인됐으며 KLM항공편으로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떠나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후 노스웨스트항공편으로 갈아타 테러를 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피터 킹 의원은 "용의자가 알카에다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용의자는 꽤 정교한 장치를 사용했다.

재앙이 일어날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계당국이 이번 테러 기도가 광범위한 테러 계획의 일환인지 여부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미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용의자가 폭파시키려던 폭탄의 소형 기폭장치가 분말과 액체를 혼합한 종류의 것이라고 전했다.

테러 기도 당시를 목격한 승객들은 용의자의 바지가 불에 타 찢어져 있었다고 전해 폭발물이 무릎에 장착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는 예멘에서 폭발물의 사용 시기와 기폭 방법 등에 관한 지침과 함께 폭발물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는 착륙 직후 디트로이트 공항의 외곽 지역으로 옮겨졌으며, 모든 승객과 화물들에 대한 추가 검색이 실시됐다.

탑승객 가운데는 용의자의 공범이 없으며 단독 범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CNN은 정보 소식통들을 인용, 용의자의 이름이 테러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의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돼 있었으나 항공기 탑승금지 대상자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여객기 테러 기도 소식은 하와이에서 휴가에 들어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 됐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안보팀과 전화를 통해 긴급히 사안을 논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이번 사건을 테러 시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운항 중이거나 운항예정인 항공기들에 대해 보안검색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히고 "대통령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러 대상이 된 여객기의 정식 편명은 노스웨스트 항공 253편으로, 델타 항공과 노스웨스트 항공은 현재 합병을 진행 중이어서 여객기 동체에는 델타 항공 마크가 붙어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