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뒤 '늙은' 유럽과 미국의 경제적 파워는 산업혁명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

세계 각국의 인구변동이 향후 수십년간 국제질서를 뒤흔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조지메이슨대학의 잭 골드스톤 공공정책학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최신호(1 · 2월)에 실린 '새로운 인구폭탄:세계를 바꿀 네 가지 메가트렌드'란 논문에서 "선진국의 노령화,이머징 국가들의 경제성장,개발도상국의 인구폭발 등으로 20세기에 형성된 국제질서는 낡은 것이 되고 있다"며 "새로운 정책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골드스톤 교수는 현재 세계 인구의 17% 수준인 미국 캐나다 유럽 인구가 2050년 12% 밑으로 떨어지면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은 2050년 현재의 두 배로 성장하지만 나머지 지역 국가들의 GDP는 5배가량 늘게 된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1820년 수준인 3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의료비 및 연금 문제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 골드스톤 교수는 가장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반면 중국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는 세계경제의 새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2030년 이들 개도국의 중산층 인구가 12억명으로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 선진국 전체 인구 전망치(12억5000만명)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개도국 인구 급증은 국제질서 변화의 핵심 변수다. 유엔은 현재 68억명인 세계 인구가 2050년엔 90억명에 달할 것이며 인구 증가의 70%가 아시아 · 중동 · 아프리카의 24개국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인구 증가국 가운데 다수가 미국,서유럽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슬람 국가라는 사실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현재 2800만명인 인구가 2025년 4500만명,2050년 7500만명으로 늘 것으로 예측된다.

개도국 인구 급증은 선진국의 노동인구 감소와 맞물려 대규모 이민 행렬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3~10%인 유럽의 무슬림 비율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40년 뒤 두 배 이상 늘게 될 경우 대규모 사회 변동은 필연적이다. 개도국에서 경제발전 없는 인구 증가로 생겨날 대규모 빈민층은 범죄와 급진주의,테러리즘의 온상이 돼 장차 국제사회의 골칫덩이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골드스톤 교수는 인구 변동을 반영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모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조만간 직면할 대규모 이민 행렬에 대응한 선진국들의 준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