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 성패 결정할 분수령..난제 '산적'

2010년은 8년 넘게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둔군 3만명 증파를 발표하면서 윤곽을 드러낸 2011년 출구전략 가동을 위해 악화일로의 전황 반전과 치안병력 육성 등에 엄청난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알 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잡고자 아프간을 침공한 지 24일로 8년3개월째.
그동안 미국은 1천710억 달러라는 엄청난 전비를 쏟아붓고 1천 명에 육박하는 전사자를 냈지만 전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빈 라덴은 행방이 묘연한 채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그런 그를 보호해온 탈레반은 영향권을 점차 확대하며 '제2의 베트남'을 호언장담해왔다.

탈레반은 아프간 전쟁 8주년이던 지난 10월7일 "우리는 장기전 태세를 갖췄으며 종교와 국가를 위해 희생할 것"이라며 장기 게릴라전을 예고했다.

반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은 전쟁의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 채 전쟁의 늪에서 허우적대왔다.

이런 가운데 연초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과 12월 2차례에 걸쳐 대규모 주둔군 증파와 함께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대규모 병력 증파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쟁에 패할 수 있다는 스탠리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전황 보고서를 받아든 뒤 석 달의 장고 끝에 최근 내놓은 새 아프간 전략은 8년간 끌어온 전쟁의 목적과 출구전략 가동 시기의 윤곽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새 아프간 전략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결정한 3만 명의 병력 증파가 이뤄지면 아프간에는 10만 명이 넘는 미군이 주둔하게 되고 나토 회원국 병력까지 합한 연합군 수는 15만에 육박한다.

연합군은 15만에 육박하는 이들 병력으로 악화일로의 전쟁 상황을 반전시키는 한편, 현재 19만2천 명인 아프간 군경(軍警) 병력을 28만 명으로 늘려야 한다.

이 두 가지 목표가 충실하게 이행되어야만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에 따라 2011년 7월부터 아프간에서 단계적 철군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은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과 아프간에 이 두 가지 중대 과제 이행에 가속도를 붙여야 하는 시기다.

우선 전황 반전 노력과 관련, 미국이 증파키로 한 3만 명과 나토 회원국이 추가로 파병하는 7천 명의 병력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증파가 완료되는 내년 여름 이후 아프간 전황이 애초 기대대로 반전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맥크리스털 주아프간 미군 사령관 겸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관은 추가 파병될 미군과 7천여 명의 나토 동맹군을 탈레반 소탕작전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소위 '이기는 전쟁'을 위해 애초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요구했던 4만 명보다 증파 규모가 적은 만큼 대도시를 비롯한 인구 밀집지역에 대한 방어선 구축을 우선시하고 탈레반의 근거지 공격에 투입되는 병력 규모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아프간을 방문했던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이 예고했듯 34개 주(州) 가운데 3분의 1에서 탈레반이 우위를 점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전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전투로 말미암아 일시적인 치안상황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혹한기가 끝나는 내년 봄 탈레반의 '춘계 공세'가 본격화하면 양측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 출구전략 가동을 위해 필요한 아프간 치안병력 양성도 산 넘어 산이다.

최근 아프간 정부가 군과 경찰 대원들에 대한 급료를 탈레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모병작업에 탄력이 붙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지원자 대부분이 학력 수준이 낮고 문맹인 경우가 많은데다 경찰과 군 내부의 부패상도 원활한 치안병력 육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탈레반이 적진을 교란하려고 군과 경찰에 침투시키는 훈련된 반군 대원들이나 탈레반에게 우호적인 지원자들을 색출해내는 것도 과제다.

지난달 초 헬만드주에서 경찰관이 영국군 병사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사건 등은 모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적의 위장 침투 가능성을 여실히 증명한 사례다.

전쟁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과제는 파키스탄 지역에 있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 배후기지 타격이다.

그동안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군을 압박해 대규모 소탕전에 나서도록 했고, 무인기를 동원해 산악지대를 정밀 타격해왔다.

그러나 아프간 탈레반을 배후에서 지원해온 파키스탄 탈레반은 주요 거점 도시를 정부군에 내줬지만 검거되거나 사살된 인물은 소수에 그치며 대부분이 은신한 상태다.

더욱이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모하메드 오마르와 그가 주도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퀘타 슈라'가 활동 중인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은 아직 파키스탄 정부군은 물론 미 무인기 공격도 미치지 못한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전략이 성공하려면 발루치스탄까지 작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그러나 지역색이 강하기로 이름난 이 지역에서 군사작전이 개시되면 또 다른 반정부 반서방 무장운동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서변경주(州) 스와트와 연방직할부족지역(FATA)내 남와지리스탄에서 탈레반 소탕전을 펴온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의 작전확대 압박을 거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밖에 미국의 전쟁 파트너이자 당사자인 아프간과 파키스탄 정부의 취약성도 중대 국면에 접어든 전쟁의 향방을 가늠할 요소다.

논란 속에 출범한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2기 정부는 부패와 무능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부는 대통령의 부패전력과 군부 및 야당의 권력집중 해소 압박을 받으며 흔들리고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