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2일 자신의 신분을 감춘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깜짝 참여해 청취자들을 놀라게 했다.

퇴임을 앞둔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가 나오는 워싱턴 현지 WTOP 라디오 방송의 `주지사에게 묻는다' 프로그램에 예고없이 등장한 것.
오바마 대통령은 주지사와 청취자간의 전화통화 코너에 "워싱턴 D.C.에 사는 배리"의 전화라는 방송 진행자의 소개로 참여했다.

사전에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듣지 못했던 케인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실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신분을 공개하자 "말도 안돼. 오 맙소사"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과 절친한 케인 주지사에게 `북버지니아의 악명높은 교통사정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서 농담조로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깜짝 전화를 건 것은 자신이 크게 신뢰해 오던 케인 주지사의 마지막 방송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케인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까지 고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당신의 노고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싶었다"면서 케인 주지사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면서 "당신이나 나나 훨씬 더 나은 사람(부인)과 결혼한 만큼 우리는 함께 서로 뭉쳐야 한다"는 농담도 나눈 뒤 성탄절 축하인사를 전했다.

`배리'라는 이름은 오바마 대통령의 어린 시절 애칭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유년 시절 이후 배리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지만 주지사를 놀라게 하기 위해 배리라는 이름으로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이번 라디오 출연은 방송사측의 수개월에 걸친 사전 준비 끝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