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 지배에 불만을 느껴온 러시아가 자국어 인터넷주소 확산에 앞장서고 있으나 국내에서조차 키릴어 주소가 찬반논란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자국문자 인터넷 주소를 만들기로 한 데 이어 내년부터 키릴어 주소를 가동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상표 등록기업 등을 대상으로 키릴어 인터넷주소를 등록받고 있다.

앞서 인터넷주소 감독기관인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는 지난 10월 로마자 외의 다른 문자를 인터넷 주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기업들에 키릴어 주소 등록을 독려하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전체 5만여 대상 기업 중 지금까지 키릴어 주소를 등록한 기업은 10%도 안되는 4천여개 뿐이다.

등록한 기업들도 자사의 키릴어 도메인이 범죄에 악용되거나 도메인투기꾼들에게 이용되는 것을 막으려고 마지못해 등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모국어인 키릴어 인터넷 주소 등록이 부진한 데는 수십년간 공산정권하에서 외부와 단절됐던 역사적 배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 국민이 자신들과 세계를 연결해주는 인터넷의 능력을 즐기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TV 채널 통제를 강화할 때도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인터넷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컴퓨터 사용자들은 키릴어 도메인이 러시아의 웹을 외부와 단절시켜 일종의 '사이버게토(cyberghetto)'가 되거나 키릴어 도메인을 정부의 인터넷 통제수단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저명한 컴퓨터 컨설턴트인 드미트리 N. 페스코프는 "사람들은 키릴어 주소가 왜 필요한지 이해를 못 한다"며 "키릴어 도메인이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인터넷 통제 우려는 전혀 근거가 없다며 키릴어 주소를 옹호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새로운 키릴어 도메인이 로마자에 친숙하지 않은 모든 계층의 국민에게 새로운 인터넷의 장을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키릴어 도메인 주관기관 책임자인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인터넷 검열 우려는 근거도 없으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몰라도 일반 국민에겐 로마자 도메인보다 키릴어 주소가 훨씬 편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