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내 '명예살인' 사건 쉬쉬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사촌 야르 모하마드 카르자이(62)는 집안의 사촌뻘 되는 소녀와 장차 결혼하기로 5세때 양가 약속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소녀는 성인이 되자 다른 남성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떠났다.

분개한 야르는 1982년 소녀의 오빠인 칼릴을 파키스탄에서 살해했다.

20여년이 흐른 올해 10월16일.
카르자이 대통령의 고향인 카르즈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대가 들이닥쳤다.

한 무장요원이 야르 카르자이의 집 안으로 들어가 야르의 아들 와히드(18)에게 권총을 세차례 발사했다.

와히드는 자신의 친척에게 "하슈마트가 날 쐈어"라고 말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이틀 후 숨졌다.

하슈마트 카르자이는 20여년 전 야르에게 살해된 칼릴의 아들이다.

하슈마트는 21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마약업자들이 다른 사람을 쏘려다 실수로 그 아이(와히드)를 죽였을 것"이라며 "이 일과 무관하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와히드의 가족들은 하슈마트가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고자 와히드를 살해했다고 확신한다.

또 아프간 정부뿐 아니라 미군과도 관계가 긴밀한 하슈마트를 정부가 감싸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미국 메릴랜드주(州)에 사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친척 누르 카르자이(40)는 "그들(아프간 정부)이 하슈마트를 보호하고 있다"며 "그는 카불에서 미 정부로부터 돈을 벌고 있다.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슈마트는 미군과 수십억 달러어치의 계약을 맺은 사설 보안업체 사장이다.

그의 남동생 아메드 왈리는 칸다하르주(州)와 아프간 남부의 정치권을 장악한 유력 인사로 마약밀매에까지 손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에 성공한 카르자이 대통령이 부정선거와 개인비리로 곤욕을 치르는 것을 비롯, 자신의 집안은 와히드의 죽음 너머에 도사린 가족간 분란과 온갖 의혹으로 `왕가(王家)'라는 이름을 무색케 하고 있다.

그러나 하슈마트를 비롯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아프간 정부, 미국 대사관까지 와히드 사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며, IHT가 이 사건을 보도하기 전에는 언론조차도 침묵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