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와 여당인 민주당의 최대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 사이에 지난주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일본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발단은 오자와 간사장이 지난 16일 휘발유세 등에 부과하는 잠정세율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힌데 대해 하토야마 총리가 17일 “잠정세율을 폐지하겠다고 말해왔다.어떤 의미에선 약속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것이었다.이에 불쾌감을 느낀 오자와 간사장은 총리실에서 열린 총리 및 민주당과 사민당 국민신당 등 연립여당 간사장 회의에 불참하려 했다.

당 간부의 설득에 결국 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오자와 간사장은 “오늘은 발언하지 않겠다.사민당과 국민신당의 의견을 듣기만 하겠다”고 한 뒤 입을 굳게 닫았다.한 참석자는 “오자와 간사장이 하토야마 총리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오자와 간사장은 “신규 국채 발행을 44조엔 이하로 묶으려는 하토야마 총리의 입장을 배려해 총선 공약을 변경하는 악역을 자처했는데 총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 후 각종 정책에서 오락가락해 취임 당시 70%를 넘었던 지지율이 최근들어 속락하고 있기 때문에 당내 최대 계파 수장인 오자와 간사장이 하토야마 총리를 계속 지지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8~19일 전국의 유권자 10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하토야마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55%,‘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3%로 나타났다.지난 4~6일 조사때의 지지율 59%에 비해 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앞서 지지통신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하토야마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46.8%로 지난 9월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다.

하토야마 정권의 지지율 하락은 최근 미·일간 논란이 되고 있는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에 대한 결단력 부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요미우리신문의 조사에서 후텐마 비행장 이전 지역에 대한 결론을 내년으로 미룬 하토야마 총리의 결정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로 과반수를 점했다.‘미·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답변도 68%에 달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