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당사자' 회의 주도하고도 막판 소외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고 19일 공식 폐막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 결과에 '환경 지킴이' 유럽연합(EU)이 머쓱해하고 있다.

EU는 폐막 예정일 전날인 지난 17일 저녁 교착상태를 풀고자 '주요 당사자' 회의를 제안, 20여개 국가 및 공동체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아 담판을 시도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려 안간힘을 썼으나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정상회의를 가질 때마다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 지원 문제를 논의하는 등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 환경 지킴이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던 EU의 처지가 영 말이 아니게 됐다.

이번 UNFCCC 회의에 참석하면서 EU가 관철하려던 목표는 크게 ▲기온 상승 상한선 2℃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1990년 대비 50% 감축(선진국은 80~85% 감축) ▲선진국의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 노력 지원 ▲공정하고 구속력 있는 합의 시도 등이었다.

이 가운데 코펜하겐 협정에 포함된 것은 기온 상승 상한선 2℃와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 정도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와 구속력 있는 합의에는 실패한 것이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기온 상승 상한선을 2℃로 제한하기로 한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한다는 합의가 없이는 이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이라며 "솔직히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EU 이사회 순번의장국을 맡는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도 "솔직히 말하는데 이 합의는 '완전한' 합의가 아니며 현존하는 기후변화 위협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EU로서는 더욱이 코펜하겐 협정이 사실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 의해 타결됐고 거기에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뜻을 같이하면서 마무리됐다는 점에 의기소침한 상태다.

비록 바로수 집행위원장과 레인펠트 총리가 공동으로 17일 교착상태를 풀 주요 당사자 회의를 소집하고 18일까지 수차례 걸쳐 중재를 시도했으나 최종 마무리 과정에서는 소외돼 결국 미국과 중국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회담장 안팎에서 "준비가 너무 부실했다"라는 비난을 받은 회의 주최국 덴마크가 EU 회원국이라는 사실도 적잖은 부담으로 남게 됐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