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주도..정책에 압도적 영향력

일본의 민주당 정권이 8.30 총선에서 대승을 안겨준 자녀수당, 잠정세율 폐지, 고속도로무료화 등 3대 핵심 복지정책에 대한 축소 또는 유보를 검토하면서 '헛방 공약' 논란이 일고 있다.

돈이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표를 모으기 위해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을 남발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공약의 후퇴는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정책 건의형태로 밀어붙여 '하토야마는 정책, 오자와는 당무'를 전담하기로 한 역할 분담도 흐지부지됐다.

오자와 간사장이 당무뿐만 아니라 정책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실권자'의 위상이 두드러지고있다.

◇ 3대 정책공약 축소.포기 전망 = 8.30 총선에서 민주당이 역사적 압승을 거두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공약은 ▲소득제한 없는 자녀수당 ▲고속도로 무료화 ▲휘발유잠정세율 폐지 등 이른바 '3대 공약'이었다.

유권자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현찰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 공약에 아낌없이 표를 던졌다.

하지만 정권 출범 3개월만에 당정은 재원 염출이 여의치않자 이들 공약을 슬그머니 축소 또는 유보할 움직임이다.

오자와 간사장은 16일 열린 내년 예산편성을 위한 당정회의에서 국민의 진정을 종합정리한 결과라며 주요 공약의 변경과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정책건의서를 하토야마 총리에게 전달했다.

자녀수당에는 소득제한을 둬 부유한 가정엔 자녀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고속도로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곳부터 시범적으로 무료화한뒤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간 2조5천억엔의 감세 효과가 기대됐던 휘발유 잠정세율은 세수 감소를 이유로 일단 유지하기로 했으며, 환경세 도입은 유보했다.

주요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내년에만 약 7조1천억엔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빚(국채발행)을 내지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약의 변경.축소.유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각 부처의 내년 예산요구액은 95조엔이지만 세수는 40조엔에 미달할 전망이어서 나머지 55조엔 이상을 국채발행으로 대부분을 충당해야할 상황이다.

하지만 핵심 공약의 변경은 민주당의 대국민 약속 위반이다.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표를 모으기 위해 내걸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 정책궤도 변경 오자와가 주도 = 어떤 면에서 민주당이 핵심 정책 변경을 내각에 건의한 것은 하토야마 총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각 내에서조차 연립 여당간, 부처간 이해가 갈려 결정이 어려운 사항을 오자와 간사장이 교통정리해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 정책인 자녀수당만 해도 국민신당은 소득제한을 둬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사민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신당 대표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우정상은 "부유한 하토야마 총리의 손자가 자녀수당을 받는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고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사민당 당수인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소비자상은 애초 소득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던 만큼 이를 지켜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실세인 오자와 간사장이 '당에 쏟아진 2천800건의 국민 진정과 요망을 수렴한 결과'라며 정책 변경을 요구한 만큼 내각으로서는 정책 판단과 결정이 한결 쉬워졌다.

하토야마 총리는 "당이 요망한 만큼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해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겠다.

참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건의한 18건의 중점 정책 요망사항은 핵심 정책의 수정 외에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 대비한 지방부담 경감, 일부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공사의 재개, 농가호별보상제 조기 도입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오자와 간사장의 이런 방식의 정책 개입은 정책의 결정과 판단에 대한 하토야마 내각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중.참의원 150명을 거느린 오자와 간사장을 두고 '이중권력' '상왕'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책 결정권까지 행사할 경우 국정의 무게중심은 급속하게 오자와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