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부인 미유키(幸) 여사는 남편이 총리가 되기 전부터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타고 금성으로 날아간 적이 있다" "태양빛을 먹고 산다" "배우 톰 크루즈와 전생에 인연이었다" 등의 튀는 발언과 저술, 전직 배우 경력 등으로 이미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은둔'을 미덕으로 삼던 과거 영부인들과는 달리 각종 공식석상 등에 활발히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온 그는 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인터뷰에서 "일본은 어떤 부분에서는 여전히 남성중심적 사회"라며 "그걸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유키 여사는 남편 하토야마 총리와의 관계나 영부인으로서 사회적 역할 설정 등에서 전통적인 일본인의 시각을 뒤엎는 파격적인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다.

남편의 손을 잡고 오붓하게 패션쇼장을 찾는가 하면, 최근에는 `일본 청바지 협의회'로부터 `올해의 청바지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기도 했다.

미유키 여사는 "남자들 대부분은 공공장소에서 (아내와) 손을 잡고 다니는 일이 부끄럽다고 여기지만 하토야마 집안에서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했다.

남편 하토야마 총리는 정부의 수장이 된 후에도 틈나는 대로 설거지 등 집안일을 도우며 일본의 전통 남성상과 거리를 두는 인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남편과 정책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영부인으로서 미유키 여사의 활발한 역할은 우파 자민당보다 다소 진보적인 민주당의 정책과도 들어맞는 면이 있다.

민주당은 전업주부에게 주는 세제혜택을 없애고, 기혼여성도 결혼 전 성(姓)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여성을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통념을 과감히 넘어선 덕분에 수많은 여성을 매료시킨 미유키 여사는 그러나 부족한 주간 보육시설과 "나이 든 부모는 여성이 모셔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여전히 일본 여성이 일과 결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보수언론으로부터 남편 하토야마를 "들볶는다"는 비난까지 받는 그는 "남편은 `이건 당신의 삶이다.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며 늘 나를 격려했다"며 "사람들 눈에 내가 특별하게 보인다면 그건 아마 내가 큰 노력 없이도 밖에서 사람들과 잘 섞인다는 사실을 눈치 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