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저녁 도쿄 나가다초 총리 공관에서 열린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 환영만찬엔 일본의 경제 문화계 인사 등 모두 80여명이 참석했다. 1998년 당시 후진타오 국가부주석의 방일 때와 비교해 만찬회 초청인사가 3~4배 많았다. 이날 일본 국회의사당 주변 도로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내걸렸다. 국가원수 이외의 방문에 국기를 게양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가 방일 중인 시진핑 부주석을 국가원수급으로 환대하고 있다. 시진핑 부주석은 15일 아키히토 일왕도 특별 접견했다. 외국 요인이 일왕을 면담하려면 최소 1개월 전에 서면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관례를 깨고 지난달 말 신청한 시진핑 부주석의 면담이 이뤄졌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중 · 일 관계 등을 고려해 왕실 업무를 관장하는 궁내청에 강력히 요청한 결과다. 시진핑 부주석의 일왕 면담은 24분에 불과했지만 일본 정치권은 이 '특례 면담' 때문에 쑤신 벌집이 됐다.

야당인 자민당은 "국익이 아니라 민주당 정권이 자신들을 위해 지금까지 지켜져온 룰(1개월 전 신청)을 깬 것은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여당은 일왕의 시진핑 부주석 면담을 밀어붙였다.

일본의 민주당 정부가 시진핑 부주석을 이처럼 환대한 것은 중 · 일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 정부 대변인 격인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은 "앞으로 대중 관계와 하토야마 총리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 등을 고려해 시진핑 부주석을 대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사민당 국민신당 등 연립여당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본정책 각료위원회를 열고 미국 정부가 연내 결정을 촉구한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