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 발흥지 지린성 퉁화서 유적 발굴 주장

중국 당국이 지린(吉林)성 퉁화(通化)현에서 또다시 만리장성의 유적을 발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반관영 중국신문사는 14일 중국 국가문물국의 위탁을 받아 진한(秦漢)시대 만리장성 유적 발굴 작업을 벌였던 지린성 만리장성 자원조사단을 인용, 퉁화현 싼커위수진 일대에서 11곳의 만리장성 유적을 발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발굴된 유적은 고성(古城) 터와 봉화대 등으로,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는 이들 유적이 만리장성의 부속 시설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린성은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도 퉁화현 싼커위수진 남쪽에서 진한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만리장성 유적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고고학계는 이를 근거로 만리장성의 북쪽 동단(東端)이 지금까지 알려졌던 랴오닝(遼寧)성 신빈(新賓)보다 10.9㎞ 더 동쪽에 있는 퉁화현임을 입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퉁화현은 인근의 지안(集安)과 함께 고구려의 대표적 발흥지로, 2006년 고구려 초기 것으로 추정되는 2개의 대형 고분군이 발견된 곳이다.

당시 퉁화현 고고학계는 이를 근거로 기원전 37년 주몽이 고구려를 건립한 곳은 환런(桓仁)현이 아니라 퉁화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구려 근거지였던 퉁화현에서 만리장성 유적이 잇따라 발굴됐다는 중국 고고학계의 주장에 우리 고고학계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만리장성 동단을 옛 고구려 터까지 확장시킴으로써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동북공정의 논리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올들어 '만리장성 늘리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만리장성의 길이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2천500여㎞가 더 긴 8천851.8㎞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하더니 만리장성의 동단이 지금까지 정설로 굳어졌던 산해관(山海關)이 아니라 북한과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의 후산성(虎山城)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후산성은 고구려의 대표적 산성인 박작성으로, 당(唐) 태종의 침략에도 함락되지 않았던 성이다.

중국도 2004년 후산성을 증축하기 이전까지는 이 성이 고구려 유적임을 인정해왔다.

후산성의 성벽이나 대형 우물 터 등에는 고구려 유적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까지 내걸었었다.

그러나 후산성 증축 이후 슬그머니 고구려에 대한 언급을 모조리 삭제하더니 급기야 후산성이 만리장성의 동단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지난 9월 '만리장성 동단-후산'이라고 명명한 표지 개막식을 했으며 고고학계는 역사 교과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고고학계는 "중국이 새롭게 발굴했다고 주장하는 유적들은 명나라가 여진족의 침입을 막으려고 산하이관 동쪽에 설치했던 '요동변장(遼東邊藏)'으로, 만리장성과는 엄연히 구별된다"며 "고구려 터가 원래의 중국 영토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중국의 만리장성 동단 확장 시도에 적극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