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안과 개발도상국 지원 규모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낸 중국이 막판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발 물러서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중국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기후변화 피해에 노출된 빈곤국들이 우선적으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합의 도출의 장애물은 중국이 아니라 선진국들"이라며 선진국 그룹이 최종 결단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국의 기후변화 협상 대표인 토드 스턴은 지난 9일 "중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이 주는 온난화 방지 자금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6일 코펜하겐에 도착할 예정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주요국 정상들과 기후변화 합의와 관련한 막후 '전화 외교'에 나섰다. 원 총리는 지난 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10일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과 통화했다. 또 지난 11일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전화로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에 참가한 40여개국 실무진들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간극을 조정하기 위해 13일부터 비공개 마라톤 회의에 돌입했다. 페니 웡 호주 기후변화부 장관은 "이번 회의는 솔직하고 활달했다"며 "진전이 있긴 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