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 15)가 개최되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2일 수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날 낮 코펜하겐 크리스티안 지역의 국회의사당 광장에 모여 '지금 행동하라', '기후 정의', '기후가 아닌 정치를 변화시켜라', '제2의 지구는 없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한 뒤 6㎞ 떨어진 벨라 센터 회의장까지 행진했다.

비정부기구(NGO), 노조, 정당 등 전 세계 67개국, 515개 단체는 각료들의 코펜하겐 도착에 맞춰 이날을 '기후변화 국제 행동의 날'로 선포했으며, 이에 따라 덴마크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호주, 필리핀, 자카르타 등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협상 타결과 개도국 및 빈국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번 코펜하겐 시위에 모두 10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으나 덴마크 경찰은 시위 인원을 4만 명으로 추산했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행사 연설에서 "매년 30만 명이 기후변화로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이것은 적응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라고 호소했다.

나이두 총장은 "정치인들이 용기있는 행동으로 공정하고, 야심적이며, 구속력 있는 협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나중에 자녀와 손자 손녀들의 눈을 보고 '내가 바른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것은 그들이 저지른 최악의 정치적 범죄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시위는 주최 측이 자제를 호소한 덕분에 대체로 축제 분위기 속에 평화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경찰은 600~700명의 과격시위자를 격리 차원에서 연행했다.

이중 약 400명은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 폭력시위를 유발했던 북유럽 과격단체 '블랙 블록스'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행진에는 우리나라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외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주축이 된 COP15 공동대응단, 진보신당 등 모두 60여명이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마침 벨라 센터를 방문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이번 시위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베를린에서 사람들이 행진하면서 장벽이 무너졌고, 케이프타운에서 행진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차별정책)가 사라졌다"면서 "이제 코펜하겐 행진으로 진정한 기후협상의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