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일 미국 금융산업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의 무책임에 대해 또다시 맹비난을 퍼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와 인터넷 연설을 통해 국민 세금인 구제금융 덕분에 살아난 월스트리트가 정부의 금융감독 강화 움직임에 반발, 이제는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맹렬하게 싸우려 하고 있다며 월스트리트의 몰염치를 비난했다.

그는 "단기이익에만 급급해 장기적인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위험한 대출과 복잡한 금융상품을 가지고 도박을 벌인 월스트리트의 무책임에서 경제가 이제 막 헤어나오기 시작했을 뿐"이라면서 "(월스트리트 경영은) 관리없는 위험관리였다"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월스트리트에 대한 규제가 좀 더 분명하고 강력했더라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금융규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의 금융계 인사들을 '살찐 고양이'에 비유하며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 은행들의 거액 보너스 지급계획과 관련, "소수의 살찐 고양이 같은 은행가들을 도우려고 대통령에 출마하지는 않았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일부 은행들이 보너스 지급과 같은 문제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고 서둘러 구제금융 자금을 되갚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납세자들의 도움을 받은 은행들이 자신들이 고용한 로비스트들과 함께 의회와 금융규제 당국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들은 왜 사람들이 금융권에 화가 났는지를 헷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월스트리트를 지목하며 "당신들은 미국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직후 1천만~2천만 달러의 보너스를 끌어모으고 있다.

당신들이 바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라며 맹비난했다.

한편 미국 하원은 11일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느슨했던 금융규제 체제를 강화하고 `소비자금융보호국(CFPA)'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금융규제 개혁법안을 처리, 상원으로 넘겼다.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공황 이후 가장 큰 폭의 손질이 가해진 금융규제 개혁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3 대 반대 202로 가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4일 백악관에서 금융계 인사들을 초청해 금융규제 개혁과 구제금융 대상 기관의 경영자들에 대한 임금규제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