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매맞는 남편들을 위한 쉼터 2곳이 새로 문을 연다.

10일 스위스 국제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날 독일어 사용권역인 아라우 인근에 스위스 최초의 매맞는 남성을 위한 보호시설이 문을 연 데 이어 토요일인 오는 12일엔 취리히 호수에 인접한 에를렌바흐에 두 번째 시설이 개소식을 갖는다.

유엔 인권의 날에 맞춰 문을 연 첫 보호시설의 이름은 독일어로 `도중하차역'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행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보호시설에서는 10명의 남성이 최대 두 달까지 생활할 수 있으며, 다양한 조언과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두 시설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일차적으로 별거 후 가정과 가족들을 잃고 방황하는 남성들을 위해 마련됐다.

보호시설 건립을 지원한 올리비에 헌치커 씨는 "첫 시설 개소가 유엔 인권의 날에 이뤄진 건 우연이 아니다"며 "실제로 우리는 집에서 쫓겨나 힘든 별거생활을 하다가 찾아오는 사람과 가정폭력에 시달린 끝에 피난처를 찾는 사람을 특별히 구별하지 않을 것이며, 가정 내 폭력과 학대에 고통받은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를렌바흐 보호시설의 안드레 뮐러 소장은 스스로 전처의 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뺨을 맞은 것을 빼면 육체적으로 학대당한 적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엄청난 학대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따귀 정도를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자신 역시 이혼한 아버지인 헌치커 씨는 "뮐러 소장의 사고방식은 이런 경우에 매우 전형적인데, 남자들은 폭력을 (여자들과는) 달리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매맞는 남편들에게 `그 정도는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그럴수록 당사자들은 더 의기소침해지고 스스로를 왜소하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가운데 남편이 피해자인 경우는 칸톤(州)에 따라 19~39%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가해 여성에 대해 접근금지나 2주간 귀가 금지 등과 같은 제재 조치가 취해진 것은 6%에 불과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