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시 잇단 유괴.살해사건에 `공포'

중국에서 어린이들을 유괴해 팔아버리거나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일 중국 광둥(廣東)성의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에 따르면 중국의 `개혁.개방 1번지'인 선전(深천<土+川>시에서 최근 2명의 어린이가 유괴돼 살해되는 등 6개월 새 5건의 유괴사건이 발생, 어린이들과 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10월 선전시내에서 11살짜리 남자 어린이가 점심 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왔다 괴한 3명에게 유괴됐다.

이 어린이의 아버지는 중국 국영회사의 간부로, 아들이 유괴된 직후 범인들로부터 50만달러(5억8천만원 상당)를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는 몸값을 지불했으나 아들은 끝내 숨진 채로 발견됐다.

또 지난 11월에는 초등학교 학생이 친척 아저씨에게 유괴된 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선전시내에서 어린이 유괴사건이 잇따르자 학부모들과 학교 당국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선전시내 초등학교들은 학부모들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자녀들의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직장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학교 앞에서 자녀들을 기다리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등 유괴예방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남방도시보는 전했다.

중국에서 어린이 유괴사건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유층 어린이들을 유괴해 몸값을 받고 풀어주는 통상적인 의미의 어린이 유괴사건뿐 아니라 영아나 어린이들을 유괴해 자녀가 없거나 1명인 가정에 팔아넘기는 일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어린이 유괴사건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한 가정에 한 자녀만 두도록 한 중국의 산하제한 정책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공안부는 어린이 유괴사건이 잇따르자 지난 4월 9일부터 유괴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섰다.

공안부는 올들어 지난 10월 28일까지 유괴된 어린이 2천169명을 구출하고 유괴범 1천358명을 검거했다.

공안부는 유괴됐다 풀려난 어린이 60명에게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유괴된 어린이의 사진과 이름, 나이, 유괴시점, 거주지 등 정보를 10월 28일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또 유괴나 인신매매로 `사라진 아이들'의 신원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지난 5월에는 전국적인 규모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DNA 데이터 베이스망이 갖춰짐에 따라 경찰은 주민들로부터 자녀들의 실종, 유괴, 인신매매 사건이 접수될 경우 즉각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그러나 중국 공안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괴사건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한 해에 중국내에서 유괴나 납치들으로 사라지는 어린이들이 무려 3만명에서 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