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최악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7천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 관리자로 등장했던 닐 캐시카리 금융안정담당 재무차관보.
오하이오주 애크런 출신으로 2006년 워싱턴에 진출했던 무명의 캐시카리 차관보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35세의 약관에 대업을 맡아 미국 정계와 재계를 놀라게 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골드만삭스 은행에 근무하다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헨리 폴슨이 조지 부시 행정부 재무장관에 발탁되면서 그의 워싱턴행에 동행, 예기치않은 '파란 많은' 역할을 맡게 된 것.
한때 미국 재계와 정계의 논란의 중심이었던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북부 산악지대의 한 산속 오두막에서 부인과 함께 자연을 벗 삼아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6일 전했다.

7천억 달러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집행하면서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던 그는 정권이 바뀌면서 티머시 가이트너 신임 재무장관으로부터 유임 요청을 받았으나 금년 5월 7개월간의 짧지만 유례없는 격동의 순간을 마무리하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구제금융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월가의 대형금융기관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 그리고 주택차압 위기에 놓인 일반소유주보다 소비자 금융 쪽으로 지원을 선회한 것 등을 둘러싸고 의회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아온 그는 현직에서 물러난 후 미련없이 짐을 싸고 캘리포니아 산골로 향했다.

캘리포니아 북부 시에라네바다 산맥 근처에 자리를 잡은 그는 산장을 짓고 나무를 자르며, 체중을 20 파운드(약 9kg) 줄이고 틈틈이 폴슨 장관의 저술을 지원하는 등의 4가지 목표를 세웠다.

'워싱턴을 떠나오길 너무 잘했다'는 그는 당시 모든 가재도구를 무기한 보관소에 맡겨놓고 떠나왔으며 지금은 깊은 산속에서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헐렁한 옷차림에 머리는 삭발한 채 유유자적하고 있다.

캐시카리 전 차관보는 현재의 생활에 매우 만족한 듯 "현재의 삶에 비하면 7천억 달러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TARP 전체 규모를 7천억 달러로 산정한 데 대해 당시 주택모기지가 11조 달러, 상업모기지 3조 달러 등 모기지 규모가 14조 달러에 달해 이의 5%인 7천억 달러가 정해졌다면서 당시 의회로부터 최대한 얻어내기 위해 1조 달러를 제안했으나 폴슨 장관이 불가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또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8년2월 동료와 함께 유사시에 대비한 '은행자본의 재구성'이라는 비상계획을 성안했는데 10쪽짜리 이 계획이 후일 TARP의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의회와의 격전을 치르면서 40일간 연속으로 하루 18시간을 일했으며 이로 인해 한 팀원이 심장마비를 겪기도 했다면서 자신도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으로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약을 복용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TARP를 통해 4천억 달러를 배분하고 540개 은행에 투자했으며 5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차압방지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캐시카리 전 차관보는 현재 산중에서 은둔하는 외에 자신을 발탁했던 상사인 폴슨 전 장관의 저술 '벼랑에서'의 출간을 돕기 위해 가끔 워싱턴을 방문한다.

(서울=연합뉴스) yj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