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 대학의 기후변화연구소 자료 해킹과 유출사건의 배후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의 한 고위멤버는 문제의 해킹 사건이 아마추어의 짓이 아닌 고도로 정밀한, 정치적인 동기에 따른 작전이었고 말했으며 다른 멤버들은 유출을 지휘한 게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라고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FSB는 구소련 비밀경찰인 KGB의 후신이다.

앞서 지난달 하순 영국 동부의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부설 기후변화연구소 컴퓨터 서버에 해커가 침입해 학자들간의 이메일 서신과 각족 문서 등 지난 10여년간의 연구자료를 훔쳤으며 이 가운데 일부가 '학자들의 지구 온난화 주장이 과장됐음을 알리는' 목적으로 웹사이트들에 선별 게재됐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대학 측은 웹사이트에 1천건의 이메일과 3천건의 문서들이 올려졌으나, 이게 모두 도난당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를 과장했으며 일부는 자료를 조작까지 했음을 입증하는 문서들도 있다고 공박하고 있고, 과학자들은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후변화 억제노력을 저해하려는 목적으로 자료 해킹과 유출이 이뤄졌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인디펜던트는 필 존스 기후변화연구소장이 연구자들과 공모해 자료를 조작하고 자신의 주장에 '도움이 안되는' 자료를 숨긴 증거라고 주장되고 있는 유출 이메일들이 애초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역 도시인 톰스크 소재 서버에 게재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FSB가 해커들에게 투자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면서 톰스크 사무실은 반(反)러시아 주장들을 겨냥한 해킹을 한 지역 학생들을 격려하는 발언 기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또 자국과 냉기류 관계인 에스토니아 소재 웹사이트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운영해왔다는 비난에도 직면해 있다.

신문은 교토 의정서 후속타로 체결될 기후변화 협약의 지연 또는 협약을 러시아에 유리하게 이끌려는 목적으로 FSB가 기후변화 연구 자료 해킹과 유출의 배후로 나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실제 러시아는 광활한 영토에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진 탓에 그린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초기 투자를 해야 하는 기후변화 협약에 관심이 적다.

러시아 국민도 최근 조사에서 40% 만이 기후변화가 심각한 위협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탓에 러시아는 지금까지 미국, 중국과 더불어 기후변화 협약에 미온적이었다.

(서울=연합뉴스)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