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4일 유엔 출입기자단(UNCA) 연례 송년모임에 나와 자신의 속마음을 해학적으로 드러내 폭소를 자아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반 총장은 "세계 최초로 사람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기계를 가져왔다"며 참석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 기계는 내가 말을 할 때 실제로 마음속에서는 어떤 생각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야광 조명등 같은 기계를 켰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실 문이 기자들에게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하자 대형 스크린에는 복잡한 미로가 등장했다. 그는 "이 복잡한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고 찾아오면 된다"고 말해 기자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또 심각한 지구 온난화를 얘기하면서 가장 열이 높아지는 장소를 언급하자 스크린에는 자신의 기자회견장 모습이 비쳐졌다. 곤란한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기자회견장이 반 총장에게는 가장 뜨거운 장소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어 새로 대변인을 뽑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장 일을 맡겼으면 했던 사람은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영상에는 반 총장을 괴롭히는 글을 자주 쓰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한 인터넷 블로거 기자의 얼굴이 등장했다. 반 총장은 UNCA가 주최하는 송년 만찬 모임에 매년 참석해 기자들에게 유엔 활동을 전 세계에 잘 알려줄 것을 당부해 왔다.

반 총장은 연설 말미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7일 개막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결과가 이번에 도출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만찬에는 반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와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유엔의 외교 사절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