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실 일가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파파라치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해리 두 왕자도 여왕의 방침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제 필요할 경우 파파라치에 법적으로 대응할 태세라고 신문은 전했다.

찰스 왕세자 대변인인 패디 하버슨은 4일 여왕의 새로운 방침을 시인하며 "왕실 가족들은 일상적이고 사적인 활동을 할 때는 자신들도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왕실 가족은 자신들에 대한 공공의 관심은 인정하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사적인 활동을 촬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왕실을 인용, 엘리자베스 여왕이 신문사와 잡지 편집인들에게 파파라치의 왕실 일가 사생활 침해 문제에 관한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은 파파라치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이 공공 도로에서 사진을 찍거나 개인 토지에 발을 들여놓지만 않으면 이를 묵인하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왕실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새 방침은 공공지역에서 찍은 사진이라 하더라도 망원렌즈를 사용할 경우 진정한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입증되지 않으면 사생활 침해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왕실은 눈요깃거리를 찾는 파파라치의 주요 표적이 돼왔는데 1997년에는 당시 왕세자빈이었던 다이애나가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 쫓기다 교통사고로 숨지기도 했다.

2년 전에는 윌리엄 왕자가 새벽에 여자친구 케이트 미들턴과 함께 나이트클럽을 나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스쿠터를 탄 일단의 파파라치에 쫓기는 곤욕을 치렀다.

이 사건에 분개한 윌리엄 왕자는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가 파파라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캐롤라인 공주의 손을 들어준 유럽인권법원 판결을 연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파라치에 대한 영국 왕실의 새로운 방침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가오는 성탄절 왕실 일가와 함께 샌드링엄 영지를 방문할 때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