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사진)가 최근 자민당 중진들과의 모임에서 현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6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4일 도쿄에서 야마사키 다쿠 전 자민당 간사장,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대리 등과 만나 "하토야마 정권은 내년 참의원 선거 때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 있는 주일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로 우왕좌왕하는 하토야마 정권에 대해 "지금처럼 조령모개(朝令暮改 ·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번복한다)하면 미 · 일 관계는 완전히 불신상태가 된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정부에서 심사 중인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과 관련,"중앙정부와 지방의 채무잔액이 1000조엔을 넘어서는 단계에서 민주당 정권은 끝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추진했던 우정민영화 계획을 전면 중지하는 법을 의회가 통과시킨 데 대해서도 "일본우정의 주식을 민간에 매각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 재건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금은 자민당이 모두 잘못했다는 여론뿐이지만 2~3년 참고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토야마 정부는 당초 24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지난 주말 발표하려 했으나 연립정부에 참여한 3당 간 이견으로 이를 연기했다. 일본 경제는 심각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에 빠져 제품 가격뿐 아니라 호텔 숙박료 등 서비스 가격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 중 '일반 서비스 가격'은 지난 10월 중 0.6% 떨어져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일반 서비스 가격은 전체 서비스 가격 중 수도료 전기요금 등 공공 서비스 가격을 뺀 것이다. 업종별로는 극장 입장료 등 교양오락 서비스가 3.1% 떨어졌고 숙박료(2.0%) 골프장 그린피(4.2%) 노래방 사용료(2.6%) 영어학원비(0.6%)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특히 엔고 현상으로 해외 여행 비용이 크게 줄면서 패키지 여행비는 22.8% 떨어졌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