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오바마, 역사상 가장 엄격한 윤리기준 정립"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550만달러를 모금해준 크라이스 코지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을 방문해본 것이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코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자금 기부자들을 푸대접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할리우드 컨설턴트인 앤디 스판도 지난 대선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등과 함께 오바마에게 거액을 모아줬지만 스필버그와 카젠버그와는 달리 지난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위한 백악관 국빈 만찬에 초대받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부시나 빌 클린턴 등 전 대통령들에 비해 정치자금 기부자들에 대한 보은(報恩)을 소홀히 해 이들의 불만과 소외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지난달 공개된 백악관 방문객 기록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자금 10만달러 이상을 모금해준 고액 기부자 324명 가운데 지난 9월 중순까지 백악관을 방문해본 사람은 41명에 불과했다.

또 이들 가운데 대사직이나 정부 고위직에 지명된 사람은 스위스 대사에 지명된 도널드 베이어와 영국 대사에 지명된 루이스 서스먼 등 30여명에 그쳤다.

야당인 공화당은 워싱턴 정치문화를 쇄신하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정치자금 기부자들에 대한 이만큼의 보은도 심한 것이라고 비난하지만 부시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은에 비하면 이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8년 동안 대선에서 10만달러 이상을 모금해준 고액 기부자들의 40%를 정부 관직에 앉혔으며 첫 임기 동안에만 고액 기부자 23명을 외교관에 임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고액 기부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차를 대접하고 링컨룸에 하룻밤 재워주는 등 융숭한 대접을 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자금 기부자들을 푸대접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백악관은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댄 파이퍼 백악관 공보담당 부국장은 "오바마 행정부는 역사상 가장 엄격한 윤리 기준을 세웠다"며 "우리는 정책결정 과정에 특수이익이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은에 소홀했던 탓인지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치러진 몇몇 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28개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지만 겨우 2천700만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반면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1년 겨우 6번의 행사에 참석해 4천800만달러를 모금하는 등 정치자금 모금에 탁월한 실력을 과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