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황제'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78)이 영국 집권 노동당으로부터 '선전포고'를 받았다. 노동당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중립성을 잃은 뉴스로 영국 언론계를 어지럽히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12년간의 노동당 지지를 철회하고 올 들어 보수당 편으로 돌아선 뉴스코프에 대한 응징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피터 맨덜슨 영국 산업장관은 2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영국 유료방송 시장을 한 손에 틀어쥐면서 미디어업계를 교란시키고 보수우익의 미국 폭스뉴스와 같은 편파적 뉴스를 전파하려는 뉴스코프를 절대 가만둬선 안 된다"며 머독 회장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뉴스코프는 영국 더 선과 더 타임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폭스뉴스 등 세계 175개 언론매체를 거느리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싸움이 영국 내 발행부수 1위의 타블로이드판 일간지 더 선의 태도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더 선이 오랫동안 이어온 노동당과의 밀월관계를 끊어버리고 보수당 편으로 돌아선 데 대해 속이 상한 고든 브라운 총리를 대신해서 맨덜슨 장관이 머독을 비난하고 나서며 선제 공격했다는 것이다.

더 선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들어서면서 '블레어 대변지'로 불릴 정도로 노동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1997년과 2001년,2005년 총선에서 잇달아 노동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더 선과 노동당의 밀월은 브라운 총리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더 선은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 지난 9월 말 전당대회를 연 직후 신문 1면을 통해 보수당 지지를 선언했다. 영국 언론들은 더 선이 머독의 뉴스코프 산하 매체로서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