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철군 개시 가능..나토 등 우방에 증원 요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첫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아프가니스탄에 3만명의 미군을 추가로 파병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뉴욕주에 있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미 전역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앞으로 18개월이 지나면 아프간에서 미군 철군을 개시할 수 있다는 출구전략도 동시에 밝혔다.

이는 이번 병력증강이 아프간의 전세를 역전시키고 이 지역의 안보책임을 아프간에 이양하기 위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해진 일시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아프간 전쟁과 이번 병력증강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극단주의자들인 알 카에다의 9.11 테러로 3천여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아프간 전쟁은 또다른 베트남전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중부군 사령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등 민과 군의 핵심참모들도 배석해 강당을 가득 메운 육사생도들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 내년 상반기중 신속 증강배치..우방에 추가기여 요청
오바마 대통령은 "군 증원병력 3만명이 2010년 상반기 중에 최대한 신속하게 아프간에 배치될 것"이라면서 이번 새 아프간 정책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력 증강이 거의 즉각적으로 시작돼 해병 1차 선발대가 오는 25일 크리스마스에는 아프간에 배치될 것"이라면서 "이번 증강으로 첫해의 전비만 30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번 증강병력이 아프간 보안군의 훈련 능력을 배가해 더 많은 아프간인이 전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아프간 안보책임을 이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알-카에다가 안전하게 은신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면서 "우리는 반드시 탈레반의 기세를 역전시키고 아프간의 보안군과 정부의 역량을 배가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현재 6만8천~7만1천명 수준이다.

따라서 앞으로 3만명이 추가로 증강되면 아프간 주둔 미군은 10만명을 넘어서게 되며 한 해 전비도 7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프간 주둔미군 3만명 증강은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이 요청한 4만명보다 1만명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은 미국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국제문제라는 점을 들어 나토 등 우방에 더 많은 기여를 요청했다.

그는 "아프간 전쟁은 국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의 노력에 우방이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면서 "일부 우방은 추가병력을 이미 제공했으며 우리는 앞으로 수일, 수주일 안에 추가 기여 참여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프간 전쟁이 "나토 등 우방의 안보가 걸린 문제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세계안보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출구전략 시점 첫 언급
오바마 대통령은 또 자신의 첫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인 2013년보다 앞선 2011년 7월께부터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다국적군이 증원되면 아프간 보안군에 안보책임을 더 빠르게 이양할 수 있게 돼 미군이 2011년 7월 아프간을 떠나 임무이양을 시작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8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대가 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출구전략 언급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미군증강이 아프간 전쟁에 한없이 매달리겠다는 것이 아니며 아프간의 안보책임은 아프간인이 자주적으로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증강을 이라크 상황과 비교하면서 아프간 보안군이 장기적으로 입지 확보에 성공할 수 있게 현지여건을 고려해 책임감을 갖고 권한 이양을 추진할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와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나라에 대한 책임을 궁극적으로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철군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아프간 주둔 미군 증강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온 민주당 의원들과 그 지지자들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 미온적..향후 정국변수
하지만, 이번 미군 증강에 대해 미국의 정치권과 일반 국민 여론은 대체로 냉담하거나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아프간 미군을 증강하겠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보적인 입장"이라면서 군과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의회증언을 청취하기 전까지는 평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호이어 원내대표는 "전쟁을 위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과세 정책 제안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출구전략 시점 제시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케인 의원은 "전쟁에 이기려면 적의 의지를 꺾어놓아야지 철수 일자를 공표해서는 안 된다"며 "출구전략은 현지상황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