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총리 "조약 발효로 새 시대가 열렸다"
정치통합 강화.의사결정 효율성 제고

유럽연합(EU)의 '미니 헌법' 리스본조약이 1일 공식 발효됐다.

회원국들이 지난 2001년 12월 정상회의에서 지스카르 데스탱 전(前) 프랑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유럽 장래문제협의회'를 구성키로 합의, 개혁조약 논의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기나긴 마라톤의 결승 테이프를 끊는 것이다.

리스본조약 발효와 함께 캐서린 애슈턴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이하 외교대표) 지명자도 업무를 시작, EU 외교부에 해당하는 유럽대외관계청(EEAS)의 조직 및 기능 등 운영계획안 마련에 나섰다.

헤르만 판롬파위 EU 이사회 상임의장(이하 상임의장) 당선자는 내년 1월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또 이날 오후 조약 체결지인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EU 이사회 순번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 등 각국 정상과 주제 마누엘 바로수 집행위원장, 판롬파위 상임의장 당선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약 발효 기념식이 열린다.

레인펠트 총리는 조약 발효 축하성명을 발표해 "리스본조약으로 EU 역내 주민은 27개 회원국의 투명성, 민주주의, 효율성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합할 '연합'을 갖게 됐다"라며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라고 말했다.

바로수 집행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행동할 수 있는' 기관을 갖게 됐다는 점, 안정의 시기를 맞게 됐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해 역내 주민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사항에 진력할 수 있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2004년 5월 옛 공산권 10개 국가를 받아들인 소위 '빅 뱅'은 EU에 새 조약의 필요성을 더욱 각인시켰고 헌법조약이 2004년 6월 정상회의에서 합의됐다.

그러나 헌법조약이 개별 회원국의 정체성을 퇴색시키는 초국가적 내용을 담았다는 비판 아래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비준동의를 받지 못해 폐기됐고 그 대안으로 2007년 12월 정상회의에서 서명된 개혁조약이 서명 체결지 이름을 따는 관행에 따라 리스본조약으로 명명됐다.

리스본조약은 몇몇 회원국이 거부 반응을 보였던 국기, 국가 등 초국가적 상징과 용어들을 삭제했을 뿐 헌법조약이 추구했던 혁신적 내용을 대부분 반영해 '미니 헌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2년 6개월 임기의 상임의장, 집행위 부위원장을 겸하는 외교대표의 신설은 EU의 대표성과 대외 영향력을 높이고 의사결정 구조를 효율화하려는 조치다.

또 리스본조약의 발효로 유럽의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입법 과정에서 유럽의회에 이사회와 동등한 통제 권한을 부여하는 '공동결정' 절차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통상정책 이슈를 포함하는 국제적 협정을 체결할 때는 유럽의회의 동의가 필요해진다.

리스본조약은 이밖에 사상 최초로 자발적 탈퇴 조항을 담고 있어 공동체에서 탈퇴하고자 하는 회원국은 정상회의에 탈퇴 의사를 통고하고 유럽의회의 동의를 얻은 탈퇴협정에 이사회가 서명함으로써 '결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리스본조약이 발효됐다고 해서 EU가 당장 국제 무대의 '슈퍼파워'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EU라는 복잡다기한 공동체의 순항 여부는 리스본조약으로 신설된 상임의장과 외교대표가 얼마나 강력한 지도력을 펼치는지, 그리고 회원국이 자국 이기주의를 뛰어넘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달렸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