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긴장' 교차하는 브뤼셀
"신형엔진 달았다" vs "각국 주권 훼손"
"리스본조약으로 EU가 구형 엔진을 버리고 신형 엔진으로 달리게 될 것이다. "(로돌포 페레즈 사라치바르,유럽저널리즘센터 직원)

"리스본조약은 개별 국가의 주권을 상당부분 훼손하게 된다. "(울프 슈미트,컨설턴트)

EU 집행위원회 등 각종 기관이 한데 모여 있는 브뤼셀은 리스본조약 발효에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전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유럽의회 의원들은 기대감이 크다. 농업이나 예산문제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중요한 EU의 변화에 대해 상임의회와 함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 직원들은 특히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위원장의 역할 변화와 집행위의 체계 변화에 관심이 많다. 바로수 위원장이 판 롬파위 상임의장(EU대통령),캐서린 애슈턴 외교대표와 어떻게 일을 나눠 맡는지에 따라 집행위의 조직 체계와 업무 방식도 바뀌기 때문이다. 리스본조약으로 영향력이 강해지는 기관 중 하나인 유럽사법재판소 직원들은 업무량이 대폭 늘어날 것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일반 시민들도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 빈 브라티슬라바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청소부나 식당 종업원,택시기사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리스본조약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아일랜드 국민투표와 체코 대통령의 비준 거부, 상임의장 임명 등 굵직한 사건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리스본조약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약이 실제로 어떻게 구체화될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었다. '막연하게 유럽 통합이 강화된다'는 수준의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알렉산드라 이오네스쿠(28 · 루마니아 · 교사)는 "유럽 통합은 좋은 일이고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리스본조약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브뤼셀의 한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는 마리아 캄파치노(26 · 이탈리아)는 "모두 리스본조약에 대해 얘기하지만 사실은 결국 EU의 관료들이 이민자 문제부터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기업인들은 리스본조약으로 사업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가늠하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서 만난 유리 바신(58)은 "러시아와 EU 간에 영화 · 애니메이션 라이선스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EU 통합이 강화되면 각국의 관세율이 조정돼 유통 마진이 적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또 "구체적으로 통합이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아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브뤼셀(벨기에)=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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