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유럽연합(EU) 시대를 열 리스본 조약의 발효를 앞두고 EU의 장관 격인 집행위원단 인선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EU의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에 미셸 바르니에 전(前) 프랑스 외교장관이 지명된 것을 놓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의 승리, 영국의 패배'로 규정하고 있다고 두 나라 언론들이 29일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주말판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였으나 바르니에가 지명됨에 따라 프랑스가 마지막에 승리를 거머쥔 승자가 됐다고 전했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유럽 내부의 무역과 시장정책, 금융규제 및 감독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영국은 그동안 역내 시장과 금융 감독 업무의 분리를 요구하면서 프랑스가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 자리를 꿰차는데 반대해 왔다.

반면 작년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한 이래 금융규제 개혁을 주창해 온 프랑스는 영미식 금융세계화를 대체할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 재편을 추구하려면 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요긴하다고 보고 치열한 로비를 펼친 끝에 이 자리 입성에 성공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지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EU 집행위원 인선을 프랑스의 승리라고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영국의 캐서린 애슈턴이 EU 외무장관에 임명된 것이 바르니에의 역내시장 집행위원에 임명된 것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사르코지는 "영국은 바르니에의 임명에 반대했다"면서 "그러나 내가 직접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위원장을 설득해 사흘 전에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자신의 노력을 부각시켰다.

그는 또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선출에서 토니 블레어가 밀려나고 벨기에 출신의 헤르만 판롬파위가 당선된 것도 프랑스의 승리"라면서 "영국은 패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와 FT 등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EU의 장관 인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완패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앞서 영국의 총리실은 애슈턴이 EU 외무장관에 임명된 직후 이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EU 인선에서 영국이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