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보고서 "당시 실패가 禍 키워"

미군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12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미국 상원 보고서가 지적했다.

29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당시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에 있는 산악지역인 토라 보라에서 은신 중이던 빈 라덴 체포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미군 지도부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빈 라덴 추적을 포기했다.

빈 라덴은 그해 12월 16일 경호원들과 함께 토라 보라를 떠나 파키스탄 지역으로 사라졌으나, 미군은 빈 라덴 추적 보다는 알카에다 소탕을 위한 공습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군 저격팀에서부터 해병대와 육군의 최정예 기동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미군 전력은 작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면서 "기밀이 해제된 정부기록과 주요 작전 참가자들의 인터뷰 등을 다시 점검한 결과, 우리 미군은 당시 토라 보라에 있던 빈 라덴을 잡을 수 있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당시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사살하는데 실패한 것이 현재 아프간 반군의 힘을 키우고, 파키스탄의 내부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8년 전 알카에다 지도자(빈 라덴)를 제거했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이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당시 빈 라덴 제거의 기회를 상실한 것이 아프간의 갈등과 이후 국제 테러리즘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아프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미군 증파결정을 앞두고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의 지시로 작성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현재 아프간 병력증파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당수 민주당 의원 등에게 증파의 논리를 제공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는 빈 라덴 추적포기 결정을 내렸던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에 대해 아직까지도 미국이 전쟁에 임해야 하는 근원적인 책임을 묻는 정치적 자료로도 동원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