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국빈만찬에 삼엄한 보안검색을 뚫고 초청장도 없이 입장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살라히 부부의 간단찮은 이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4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미국 방문을 기념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몰래 들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악수까지 나누는 사진이 공개돼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부상한 타렉 살라히와 그의 부인 미켈 살라히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부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후 축하연으로 추정되는 행사에서 오바마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미켈 살라히는 특히 주변의 친구들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오바마를 만났으며 백악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행사참석 요청을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들은 또 찰스 영국 왕세자와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앤서티 케네디 대법원장은 2002년 살라히 부부의 결혼식에 축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부의 결혼식은 화려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WP에 따르면 살라히 부부 스스로가 `세기의 결혼'이라고 자랑한 이들의 결혼식은 2002년 10월 5일 워싱턴 D.C. 세인트 매튜 성당에서 1천8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8쌍의 남녀가 신랑.신부의 들러리를 섰고 꽃을 뿌리며 신랑.신부의 입장을 안내하는 들러리 소녀만 8명이 동원됐다.

만찬과 무도회에 36인조 밴드가 음악을 담당했고 50명의 바텐더, 46명의 요리사, 15명의 사진사, 8대의 비디오카메라가 동원됐다.

이 부부는 몇년전 워싱턴에서 발행됐던 잡지 `스타일(Style)'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타렉의 오랜 친구인 부동산 중개인 케이시 마그노는 WP와의 회견에서 "이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번 백악관 만찬에도 진짜로 초대받은 것으로 믿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화려한 면모와 달리 이들의 삶을 한꺼풀 벗겨보면 법정소송과 연체, 허황된 거짓말로 점철돼 있다고 WP는 전했다.

타렉이 지역의 명사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부모가 운영하는 와인양조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이 와인양조장은 1977년에 지어져 버지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다.

관광명소인 이곳 와이너리에는 지역의 주요 행사가 열리면서 자연히 타렉과 그의 아내도 지역의 명사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양조장은 최근 빚더미에 오르면서 시장에 470만달러에 매물로 나왔고, 올해 2월에는 법원에 파산신청서를 냈다.

이 과정에서 타렉이 부모를 상대로 이 양조장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매각을 반대했고 결국 부자간에 법정소송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버지니아의 프런트로열에 70만달러 상당의 2층짜리 주택에 살고 있는 살라히 부부는 부동산업체에 주택구입 할부금을 체납해 있는 상태며 이밖에도 여러 건의 채무불이행으로 독촉을 당하고 있다고 이웃주민들이 전하고 있다.

타렉은 주정부 후원으로 국제폴로경기를 주최한다고 광고를 냈으나 주당국은 이 행사가 주정부의 승인을 받은 적이 없으며 전적으로 개인이 주관하는 행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이 부인 미켈은 미 프로풋볼리그(NFL)의 워싱턴 레드스킨스 소속 치어리더로 활동했다고 주장하며 역대 치어리드들의 모임에도 모습을 나타냈으나, 레드스킨스의 치어리더 담당자는 미켈이 치어리더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없다면서 그녀의 주장을 일축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