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최근 3개월간 주요 생필품 가격이 이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소비재 가격도 오를 법하지만 사정은 거꾸로다.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워낙 없다보니 소매점들이 가격을 잇따라 내리고 있어서다. 제품가격 하락은 기업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져 경기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8개 식품과 22개 일용품 등 모두 60개 생필품의 전국 슈퍼마켓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 7~10월 34개 제품의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보도했다. 가정용 티슈 가격은 4.4%,포장용 랩은 5% 하락했다. 버터와 샐러드용 오일은 각각 3.6%와 3.3% 내렸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다고 공식 선언했다. 간 나오토 부총리 겸 경제재정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디플레이션을 공식 인정한 것은 2001년 3월~2006년 6월 이후 두 번째다. 3년5개월 만에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진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9일 "일본은 경제가 침체한 상태에서 물가가 떨어지고 고용이 악화되는 디플레이션 상태"라고 규정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0.1%로 동결했다. 하지만 경기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인플레를 더 우려한다고 밝혀 디플레를 선언한 정부 측과 시각 차이를 나타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