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미국 하원으로 출근해야 할 판이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중앙은행인 FRB의 통화정책을 감사할 수 있는 수정 법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FRB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사력을 다해 저지해야 할 입장이다.

미 하원에서 '돈키호테'로 불리는 론 폴 공화당 의원의 주도로 발의된 수정 법안은 19일 찬성 43표,반대 26표의 표결에 이어 구두 표결에서도 통과됐다. 현재 하원이 심의 중인 금융감독개혁 법안에 이를 첨부하기로 한 것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금융사에 자금을 대출하는 FRB의 통화정책을 의회 소속 회계감사원(GAO)이 감사토록 한다는 게 골자다. 1978년 이후 미 의회는 FRB의 금융감독권은 감사할 수 있었으나 통화정책은 불가능했다.

폴 의원과 이 법안을 공동 발의한 300여명의 하원의원들은 FRB가 금융위기를 제대로 막지 못한 점과 FRB의 비밀주의를 감사의 주 이유로 제시했다. 폴 의원은 "법안이 FRB의 독립성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에서만 독특한 중앙은행의 비밀주의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FRB 감사에 반대하는 진영은 의회가 FRB의 통화정책에 포퓰리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잃으면 미국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