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아프간 일부 통제권 내년 이양 희망

주요국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서방국가들이 '출구전략' 모색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나섰다.

병력 추가 투입이라는 단기 처방전과 궁극적인 병력 철수라는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동시에 제시하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 아프간 전쟁에 대한 종료 방안(end game for Afghanistan) 즉 '출구전략'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조만간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발표하면서 출구전략도 동시에 발표할 예정이라는 의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아프간 증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발표할 때 미국인들은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분명히 알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문제는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 종류의 규율을 부과하지 않으면 결국 (아프간에 대한) 수년간의 점령으로 이어져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아프간 출구전략 문제는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출구전략 채택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에게 어떤 것이든 넘겨주고 싶지 않다"고 언급, 임기 내 출구 전략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워싱턴 정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한 주 후쯤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전인 17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아프간 일부 지역의 통제권을 2010년부터 아프간 정부에 넘기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아프간 출구전략'을 공식화했다.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은 같은 날 아프간 전쟁 종식을 위한 정치적 해결책에 탈레반 고위 사령관들을 아프간 정부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아프간에 9천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2001년 10월 아프간에서 작전을 시작한 이래 올해 들어서만 97명이 숨지는 등 지금까지 234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이 출구전략을 공식화하는 것이 아프간 전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철수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점을 탈레반 등 반군들이 알게 되면 아프간 현 정부와 화해를 모색하기보다 동맹국 철수 때까지 숨어서 기다리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병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병력을 증파하려면 파견된 병력을 언제 철수할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논리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출구 전략을 명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부패와 선거 부정 시비 등으로 자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하미드 카르자이 현 아프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