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스와 인터뷰서 유대인 정착촌 확대 지지발언

자서전 출간에 맞춰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 중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연일 설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페일린은 18일 밤(미국 현지시간) 방영될 ABC 방송 앵커 바버라 월터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확대안을 지지하는 '도발'을 감행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가 18일 전했다.

페일린은 ABC가 이날 아침 공개한 인터뷰 예고편에서 "나는 그 문제(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의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가 허용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페일린은 이어 자신은 오바마 정부가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반대할 어떠한 권리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CSM은 2007년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떠난 유대인의 수가 18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스라엘로 유입되는 유대인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페일린의 주장은 의심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대부분의 국가 및 유엔은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1967)을 통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불법으로 간주하며, 미국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라면서 페일린이 40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중동정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평가했다.

페일린의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 언론계 및 시민단체에서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댈러스 모닝 뉴스'의 토드 로버슨 논설위원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내 불법 정착촌 건설로 인한 폐해를 인정했음에도 페일린은 '그냥 참견을 그만두라'고 말했다"면서 페일린의 중동 해법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석탄을 더 태우라는 격이라고 혹평했다.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평화운동가 노엄 셸레프는 평화 단체 '아메리칸스 포 피스 나우(APN)'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페일린의 발언을 중동 평화를 위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보수파의 최신 공격으로 간주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모든 미국 대통령이 당파를 막론하고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내 정착촌 건설을 반대했던 것은 이것이 미국의 안보에 좋지 않을뿐더러, 이스라엘에도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동 평화 협상을 지지하는 워싱턴의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 '제이 스트리트(J Street)'의 제레미 벤-아미 사무국장도 보도자료를 내 페일린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안보와 이스라엘 국민의 안전, 미국의 국익을 담보로 한 위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페일린은 앞서 16일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는 지난 대선 기간 자신을 인터뷰한 CBS의 케이티 쿠릭 앵커를 인신공격했으며, 17일에는 몸에 붙는 운동복을 입을 자신의 모습을 표지사진으로 쓴 '뉴스위크'와도 설전을 벌이며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