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껴안기 노력 속 리더십 한계도 노출
中 G2부상 실감..日 현안 미봉..韓 동맹 순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중시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였지만, 중국의 강대국화와 일본의 권력질서 재편 등의 흐름 속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리더십의 한계도 노출했다는 평가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자신을 "미국의 첫 태평양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던 인연을 상기시키면서 아시아 문제에 미국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함축한 상징적인 레토릭이었다.

◇아시아 중시 천명 = 백악관은 이번 아시아 순방의 가장 큰 목표를 "미국은 태평양 국가"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아시아가 미국의 미래 비전의 최전선이자 핵심이라는 사실을 각국에 재확인하는 것으로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 가진 대(對)아시아 정책 연설에서 미국과 더불어 G2(주요 2개국)로 불릴 정도로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봉쇄'(contain) 정책을 추구하지 않으며, 아시아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engage)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라크 전쟁, 반(反) 테러 전쟁에 몰두하며 아시아 정책을 등한시하는 것으로 비쳤던 부시 행정부 때와는 달리 `아시아로 미국이 돌아왔다'는 정책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방문 기간 아키히토 일왕 면담시 90도로 허리를 굽힌 인사로 국내적으로는 `프로토콜' 논란 시비에 휘말리면서까지 일본의 마음을 사고자 노력했고, 중국을 향해서는 지극히 유화적이고 칭찬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최악의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서 중국은 경제적 동반자로서 절대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고, 상하이 타운홀 미팅에서는 "중국의 번영은 역사상 비견할 수 없는 성취"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높은 인기와 적극적 레토릭이 미국의 국익을 관철시키는 정책적 성공으로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해야 했고, 역내 영향력의 `리셋(재설정)'을 고민하게 했다.

◇일본 = 오바마 대통령은 대등한 미.일 동맹 관계로의 `재조정'을 요구하는 하토아먀 민주당 정부와 소통을 개선하고 미일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방문의 초점을 뒀다.

그러나 미.일 정상은 갈등 현안인 오키나와의 후텐마 비행장 이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미봉하는데 그쳤다.

실무그룹 구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지만 미일정상회담 직후 "2006년 미일합의 이행을 위한 논의로 한정해야 한다"(미국), "기존 합의 백지화까지 포함해서 논의해야 한다"(일본)는 이견이 분출된 것으로 미뤄 양국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 오바마 대통령은 `떠오르는 강국 중국'의 힘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여실히 체험했다.

이란 핵 문제 대응, 위안화 평가절상 등 중요 현안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주요 현안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에 탄력적 자세를 나타내기 보다는 중국의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는 태도를 취했다.

미국으로서는 이란 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 중국의 제재 동참이 절실하지만 후 주석은 중국의 제재 동참 가능성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에서도 중국의 양보를 얻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방문전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백악관 면담계획까지 취소하며 미.중 정상회담에 공을 들였으나, 미국이 원하는 핵심 의제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는 평가들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성과가 `빈손'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미.중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을 통해 ▲다양한 이슈의 공동 협력 약속 ▲정기적인 정상 교차 방문 ▲상호 전략적 관심사에 대한 배려 등을 담아 원칙적으로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외교가는 양국이 공통된 관심사를 앞에 두고 견해차가 뚜렷한 문제는 뒤로 미루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 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둔다)' 전략을 썼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란 문제 등에서 원했던 결과를 중국으로부터 얻지 못했지만, 방중기간 상대를 존중하고 설득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 마지막 순방지인 한국 방문길은 일본, 중국과 비교해 오바마 대통령의 발걸음이 비교적 가벼웠다.

한미동맹 현안에 특별한 이견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핵 대응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미정상은 북미대화를 앞둔 시점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을 재확인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했던 `그랜드바겐'(일괄타결) 북핵 해법을 공동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대북 메시지로 "북한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해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완전히 통합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라며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날짜를 12월8일로 발표함으로써 긴밀한 한미공조를 재확인시켰다.

하지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에 대해서는 예상했듯 진전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원칙적 언명을 재확인하는데 그쳤고, 교착상태의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인 한미 FTA 비준 문제에 오바마 대통령이 전향적 메시지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국내 정치적 요인에서 비롯된 탓이지만, 무역정책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분야 미국 리더십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