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알리안츠-지주사로 날다
[세계일류 보험사 리포트] (4) 700개 자회사 끊임없이 평가… '성공모델' 전 세계로 전파

지난 9월22일,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는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5곳의 주식시장에서 상장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많은 금융사들이 금융위기 때 받은 공적자금을 갚기 위해 세계 주요 증시를 기웃거리며 자본 확충을 추진하는 가운데 알리안츠는 프랑크푸르트 증시에만 주식을 남겨두고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사건은 주식시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알리안츠의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에두아르트 스티피치 알리안츠 미디어담당은 "주식 거래의 95% 이상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뉴욕 등에서 상장을 폐지키로 한 것은 매분기 보고서 제출이나 공시 의무 등으로 상장유지 혜택보다 비용과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지주회사로 700여개 자회사 총괄


[세계일류 보험사 리포트] (4) 700개 자회사 끊임없이 평가… '성공모델' 전 세계로 전파

알리안츠는 70개국에 700여개 자회사를 가진 보험사다. 27개국에서 시장점유율 5위권 안에 드는 보험사를 갖고 있다. 8000만명 고객을 상대로 지난해 매출 163조원(925억유로),영업이익 13조1000억원(74억유로)을 올렸다. 자산은 1692조원(9556억유로)에 달한다.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손해보험 1위,생명보험 8위,자산운용 2위다.

알리안츠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한 것은 1985년 지주회사 전환이 출발점이었다. 그 전엔 지멘스 벤츠 등 독일 제조업체를 따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에만 나가 있었다. 1986년 영국 콘힐보험을 시작으로 프랑스 보험그룹 비아린 모젤사(1989년),구 동독 국영보험사(1990년),미국 화이어맨펀드보험사(1991년),스위스 엘비바그룹 및 호주의 매뉴팩처서 뮤추얼보험그룹(1995년),프랑스 어슈어런스제너널(1997년),한국 제일생명(현 알리안츠생명,1999년)을 인수했다.

베르너 체델리우스 알리안츠 신흥시장담당 사장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면 지배구조가 복잡해진다"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은 재무적 유연성과 투명성을 높여 해외 회사를 쉽게 합병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겸업화 · 대형화 · 글로벌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자주회사 체제가 유리했다는 뜻이다.

알리안츠는 전 세계 700여개에 이르는 자회사의 사업모델을 연구 분석해 최적의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TOM(Target Operating Model)이라 불리는 모델을 전 세계 자회사에 적용시켰다. 자회사들의 사업모델이 비슷하다보니 지주회사는 실적 비교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앞선 모델을 참고로 TOM을 개량해왔다.

◆위기에서 배웠다


[세계일류 보험사 리포트] (4) 700개 자회사 끊임없이 평가… '성공모델' 전 세계로 전파

2001년 9 · 11 테러가 터지자 알리안츠도 어려움에 빠졌다. 수백억달러의 보험금이 나갔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증시 붕괴로 주식 가치가 50% 이상 폭락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당시 독일 3위 은행인 드레스너은행에 205억달러를 투자,지분을 60%까지 끌어올려 인수한 탓에 드레스너은행이 입은 손실도 알리안츠 손실로 반영해야 했다.

알리안츠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새로 취임한 마이클 디커먼 회장은 '3+1'이란 전략을 세워 2003년부터 실행하기 시작했다. '3+1'의 3은 △영업 수익성 증대 △자본기반 강화 △복잡성 축소를 뜻한다. 1은 미래를 위한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전 세계 보험사들이 지급여력 하락으로 고민할 때 알리안츠의 지급여력비율은 161%(2008년 12월 기준)에 달했다. 기준인 100%를 훨씬 초과한 것.자본 기반 강화가 효과를 낸 것이다.

자본기반 강화를 위해 자산운용 구조도 바꿨다. 주식은 자산의 7% 수준까지 낮췄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경우 AAA등급만 산다. 알리안츠 자산의 절반 이상을 운용하는 세계 1위 채권운용사인 핌코(자회사)의 볼커 블라우 부사장은 "보험 자산은 부채인 만큼 단순하게 운용해야 한다"며 "구조화 상품 등 잘 알지 못하는 채권은 사지 않으며 국채나 AAA등급 채권,커버드본드 등 누가 봐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든다"고 운용 원칙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서브프라임 때도 자산에 별다른 손실을 보지 않았다.

알리안츠는 2003년 최고리스크관리임원(CRO)이라는 직위를 도입했다. 상품 분석부터 계약 인수,자산운용,인사까지 회사의 모든 부문에서 위험을 찾아내 관리하는 CRO를 모든 자회사에 두고 있다.

◆은행 경영의 꿈을 버리다

많은 모기지론과 복잡한 ABS를 보유한 드레스너은행은 수년간 많은 손실을 알리안츠에 안겨줬다. 결국 보험과 은행의 결합이라는 '꿈'을 버리기로 했다. 드레스너은행 매각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해 8월31일 타결됐다.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은행에 매각한 것.

이 거래로 알리안츠는 건실한 보험사로 남을 수 있었다. 지난해 드레스너은행 매각 손실 64억유로를 빼면 영업에서 74억유로 흑자를 내는 등 견고한 실적을 냈다. 디커먼 회장은 올해 1월 "우리는 기록적 수익을 내던 시기에 변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다른 회사에 비해 위기를 더 잘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뮌헨=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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