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지만, 정작 파급력은 작은 '과장된 공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18일 'Y2K'를 포함, 과장된 공포(overblown fears)' 10제를 선정해 소개했다.

◇ Y2K = 새 천년을 앞둔 1990년대 말 각국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앞다퉈 'Y2K 대란' 가능성을 경고했다.

초기 컴퓨터 개발자들은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컴퓨터가 연도표시의 마지막 두 자리만을 인식하도록 개발했는데,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 역시 대부분 이 방식을 따르고 있어 2000년 1월 1일이 되면 이를 1900년 1월 1일로 인식한 컴퓨터들이 대규모 전산 장애를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2000년 1월 1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신발 폭탄 = 9ㆍ11 테러 3개월 후인 2001년 12월, 리처드 리드라는 이름의 테러범이 신발 폭탄으로 파리발(發) 마이애미행 항공기를 폭파하려다 체포된 일이 발생했다.

깜짝 놀란 미 연방항공청(TSA)은 이후 항공기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신발 X선 검사를 실시했으나, '신발 폭탄'을 다시 적발해 내지는 못했다.

◇ 자폐증 유발 백신 = 1990년대 후반, 영국 외과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를 필두로 한 일련의 과학자들이 "홍역.풍진.유행성이하선염(MMR) 백신은 아동의 자폐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자 학부모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또 다른 과학자들은 곧 MMR 백신이 아니라 백신에 사용되는 방부제 '티메로살'이 문제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이 가설마저 학계 일반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자폐증 파동'은 사그라진 상태다.

◇ 이민 = 이민자들이 현지인의 일자리, 생활 공간, 심지어 교도소까지도 싹쓸이 할 것이라는 공포는 오래된 것이다.

하지만 이민자에 '잠식당한' 국가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 블로거 = 1997년 미국에서 블로그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블로거가 수백ㆍ수천으로 불어나 언론ㆍ통신을 장악하고 결국은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
하지만 블로거는 언론을 장악하지도, 정치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단지 노트에 기록해 온 자신의 관심사를 인터넷 공간에 옮겨놓고 있을 뿐이다.

◇ 사스ㆍ광우병ㆍ조류독감 = 2000년대 초에 등장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광우병, 조류독감은 인류에 대재앙을 몰고 올 '21세기의 페스트'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세 질병의 파괴력은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다.

◇ 인터넷 약탈자 = 페이스북ㆍ마이스페이스 같은 온라인 인맥사이트가 활성화되자 학부모들은 '인터넷 약탈자(Web Predator)'의 출현을 경계했다.

범죄자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내 아이의 실명, 사진 등을 무기 삼아 아이를 해치지나 않을까 우려하기 시작한 것.
물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이가 인터넷을 하다 범죄피해자가 될 확률은 외출시 피해자가 될 확률보다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 밖에도 ▲10대들 사이에 구강 성교(oral sex)가 범람할 것이라는 우려 ▲탄저균 테러에 대한 공포 ▲세계화가 세상을 망칠 것이라는 믿음 등이 '과장된 공포'로 꼽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