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생적 성장(organic growth)과 인수합병(M&A)은 두 다리와 같다. 자기 사업을 잘하지 못하면 M&A를 할 수 없고,M&A를 하지 않고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한국 보험사들도 글로벌 회사가 되려면 자체 성장을 토대로 M&A에 적극 나서야 한다. "

프랑스 파리 AXA 본사에서 만난 앙리 드 카스트리 AXA 회장(55 · 사진)은 글로벌 금융회사로 성장하게 된 성공의 조건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간단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 돈을 많이 벌면 외부 파이낸싱이 가능해지고, 이 돈으로 M&A를 성사시켜 한 단계 도약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다른 회사를 합병한 뒤 무너진 기업들이 있었다"며 "기존 사업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한 M&A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가 내세운 'M&A의 첫 번째 원칙'은 "기존 사업을 잘하는 것"이다.

카스트리 회장은 향후 2년 내에 세계 M&A 시장이 활짝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매물이 늘면서 값이 더 떨어져 기업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기회를 찾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흥미로운 일(interesting thing)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3년 전 아시아에서 M&A 경쟁이 붙으면 AIG ING 포르티스,RBS(로열뱅크오브 스코틀랜드)등 많은 금융사와 다퉈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향후 2년 안에 활발한 M&A가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 가격은 3~4년 전엔 보지 못하던 가격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나중엔 더 비싸질 것이다. "

▼AXA가 찾는 M&A 대상은

"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을 주시한다.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기업을 팔고 철수하기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배권을 유지하려고 생각하는 곳이 많다. "

▼한국 시장은 어떤가.

"우리는 한국을 좋아한다. 번성하고 있는 경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온라인 보험만 있지만 더 많은 사업을 하고 싶다. 흥미로운 결과를 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옆의 기 마르시아 AXA다이렉트 사장을 바라보며) 이 사람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길 바란다. "

▼교보AXA손해보험이 AXA다이렉트로 브랜드를 바꾼다.

"1985년에 AXA로 브랜드를 바꿀 때 반발이 심했다. 지금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제 회사를 인수하면 그 회사가 우리 브랜드를 원한다. 전 세계적으로 같은 이름을 쓴다는 게 매우 큰 자산이다. "

▼AXA는 M&A를 어떻게 해왔나.

"유능한 M&A팀이 항상 기회를 찾고 있다. M&A를 마음먹으면 가장 먼저 인력과 상품의 질,판매 채널 등을 잘 따져보고 맨 나중에 재무제표를 본다. 파이낸스 측면만 보면 안 된다.

M&A를 마무리한 이후에는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를 중시한다. 인사도 평등해야 한다. 2006년 독일 보험사를 샀을 때 당시 AXA의 독일 자회사가 더 컸지만 합병회사의 사장은 능력에 따라 기존 독일 보험사 사장에게 맡겼다. 교보자동차보험도 마찬가지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이해하려고 했고,결국 기존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

▼은행 등으로 사업을 넓힐 생각은 없나.

"이 정원의 나무를 보라.이 나무가 아무리 커져도 하늘에 닿진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안다. 보험업만 할 것이다. 다른 것은 안 한다. 만약 돈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주주에게 돌려주겠다. AXA의 성공은 보험업을 잘하고,글로벌하게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클로드 베베아 명예회장은 1975년 작은 상호회사 CEO일 때 회사를 키워가기 시작했다. 보험과 자산운용으로 이뤄진 당시의 사업구조가 지금과 같다. 다른 것은 글로벌 베이스로 한다는 것이다. 사업을 세계화하면 위험은 줄이고,서비스 질은 높일 수 있다. "

▼AXA가 AIG,ING와 다른 점은.

"두 회사는 한 가지 이상의 사업을 하고 있다. ING는 은행이자 보험사이고,AIG는 보험사이면서 감춰진 투자은행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도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또 위험관리에 좀 더 보수적이었고,더 잘 구축했던 것 같다. 우리는 위험자산에 대한 익스포저를 잘 알고 있었고 항상 위험요인을 제한해왔다. "

▼안정적인 경영의 비결은 무엇인가.

"상호회사가 주식 15%를 가진 것이 안정성의 요소다. 상호회사는 주주 교체가 잦지 않아 장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가 돈을 잃으면 상호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 사실 많은 상호회사가 망했다. 우리가 인수한 미국 에퀴터블도 상호회사였다. 안정된 경영 때문에 AXA가 성공했다고 하지만 성공했기 때문에 경영이 안정됐을 수도 있다. "

▼내년에 더블딥이 올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시스템적 붕괴만 막았을 뿐 무역 불균형과 재정적자 등은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더 나은 모습이고,마켓은 공포에서 벗어나 이성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나.

"아시아가 가장 먼저 회복할 것이고 미국이나 유럽은 2012년 이후에나 나아질 것이다.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만 않으면 한국도 금세 회복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나 유럽은 2007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더 오래 걸릴 것이다. 한번 빠르게 추락하면 예전 수준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

▼AXA는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견뎠다.

"우리도 잘못을 한다. 다른 회사들보다 덜 했을 뿐이다. 유럽 대륙의 금융 시스템이 앵글로색슨 모델보다 좀 더 보수적이었고 단기 수익에 대한 집착이 덜했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

▼유럽 모델이 미국 모델을 대체할 수 있나.

"세계가 복잡해지고 있고 한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을 지배할 수도 없다. 바람직한 것은 유럽과 신흥국들이 기존 시스템의 개혁에 참여해 더 좋은 균형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G7이 G20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은 좋은 뉴스다. "

파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