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수순 마침표..공조스탠스 확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8일 방한은 장기 교착상태로 이어지고 있는 북핵국면의 물꼬를 트는 중대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형식면에서는 북.미대화를 향한 사전 정지를 마무리하는 절차인 동시에 내용면에서는 '포괄적 접근' 또는 '그랜드바겐(일괄타결)'으로 대변되는 북핵 해법을 구체화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방한은 북한이 북.미대화에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수순밟기의 성격을 갖는다.

12월초로 예상되는 북.미대화 일정을 앞두고 일본과 중국에 이어 한국과의 조율을 마무리함으로써 북.미대화의 명분과 동력을 확충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가는 대로 이르면 금주말 북.미대화 일정을 포함한 세부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한은 단순히 절차적 의미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의 목표와 지향점에 대해 5자간 컨센서스를 '내용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도 갖는다.

이미 "핵을 포기한다면 새로운 미래를 제공할 것"(일본)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중국)이라며 발언의 수위를 계속 높여온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의 의미를 살려 보다 강력한 수위의 대북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골간은 한.미 양국이 가다듬고 있는 대북 포괄적 접근 구상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새로운 미래가 열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립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명료한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북핵 해법인 '그랜드 바겐'이 정상회담 테이블의 메인메뉴로 오를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북한의 핵포기 결단을 끌어낼 '큰 거래'의 밑그림을 놓고 양국 정상이 긴밀히 머리를 맞대는 자리라는 점에서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조율이 이뤄질 지 외교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이 그랜드 바겐의 '입안' 주체이자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반대급부인 '보상'의 상당부분을 부담해야할 입장이고 미국은 북핵 해결의 핵심열쇠를 쥔 국가라는 점에서 큰 틀의 밑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이는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유인책'의 차원을 넘어 향후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그 내용성까지 담보하는 측면을 갖는다는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일단 두 정상은 양국이 실무채널을 통해 협의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일괄타결 또는 포괄적 접근방안의 '뼈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랜드 바겐은 9.19 공동성명의 내용에 기초해 핵프로그램의 핵심부분 해체 등 북한이 취할 핵폐기 조치와 ▲안전보장 ▲국제적 경제지원 등 나머지 5자가 취할 반대급부 조치로 크게 분류해볼 수 있다.

이중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대목은 북한의 핵폐기 절차 진행상황과 그에 상응한 반대급부 이행조치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큰 틀의 '개념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이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은 이 대통령이 북한에 선행조건으로 제시한 '핵프로그램의 핵심부분 해체' 부분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반대급부 조치로서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하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등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폐기 절차와 5자가 반대급부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시간간에 기본적으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부적 단계마다 어떻게 이행 가능성을 확보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두 정상은 북핵협상이 사안의 성격상 상대(북한)가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인 안을 그리기 보다는 총론적 차원의 틀짜기를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을 놓고 양국 정상이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조율하느냐에 따라 조만간 열릴 북.미대화의 기상도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