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펀더멘털에 기초해 시장지향적인 환율 시스템으로 나가는 것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에 필수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에게 각종 형태의 보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 발언은 양국의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 온 미국과 미국의 무역보호주의 철폐를 요구해 온 중국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이 시장지향적인 환율 시스템으로 나아가겠다고 거듭 약속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공세보다는 간접적인 절상 압박을 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시장지향적인 환율 시스템 노력을 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에선 공통된 인식을 가진 부분도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는 중국 영토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동시에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티베트가 중국의 영토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한 중국 측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임에 분명하다.

이는 다급한 쪽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시사한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하나의 나라가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중국과 미국의 협력이 긴요하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양국은 기후협약뿐 아니라 환경보호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클린에너지 연구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키로 합의했다.

또 북핵 문제에 대해선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하고 양국간 전략 및 경제대화 등 다양한 대화와 교류 채널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도 중국 입장에선 고무적인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수민족 등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내년 초 양국 간에 인권대화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또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인 화법으로 수차례 강조하며 중국의 책임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양국의 제도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인권 등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혀 이견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날 회견에서 후 주석의 얼굴에는 웃음과 여유가 넘쳤다면 상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은 전날 상하이에서 가진 청년과의 대화 때와 달리 굳어져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티베트 문제에 대해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며 "이는 미국이 중국의 도움을 그만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와 관련,미국과 중국 사이에 금융투자 양해각서가 체결됐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