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브리핑 "외교적 의례 맞냐" 질문공세

아시아를 순방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싱가포르 방문을 마치고 중국방문 일정에 들어갔지만 16일 미 국무부 정례 브리핑장에서는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 화제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본 국왕에게 허리를 거의 90도로 굽혀 인사한 것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미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 논객들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미국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공격 호재로 삼고 나서면서 정치적 화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단지 외교적 의례(protocol)을 지켰던 것"이라고 해명하자, 미국 언론은 `프로토콜'을 책임지고 있는 국무부를 향해 "그게 프로토콜이 맞느냐"고 따지고 나선 것.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90도 인사에 대해 "일왕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고 답변했지만, "대통령의 일왕에 대한 인사 프로토콜을 준비하는데 있어 국무부가 어떤 역할을 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진땀을 뺐다.

그는 "국무부에 의전실(Office of Protocol)이 있지만, 이번 사안을 준비하는데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며 백악관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미국 기자들은 "대통령이 외국에서 일왕과 같은 인물을 만났을 때 대통령의 인사법은 어떻게 준비되느냐", "프로토콜이 있다면 그것은 국무부 프토토콜에 따르나, 대통령 본인이 판단하는 사항이냐"며 질문을 이어갔다.

켈리 대변인은 "알아보고 답변을 주겠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국내에서는 의전실이 프로토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미국 주요 언론, 특히 TV 매체들은 이날도 오바마 대통령의 아키히토 일왕 인사 사진을 반복해서 방영하면서 찬.반 논란을 이어갔다.

미국 TV들은 과거 더글러스 맥아더 전 유엔군 총사령관이 히로히토 일왕 옆에서 뒷짐을 진채 찍은 흑백사진,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똑바로 선 자세로 일왕과 악수하는 사진, 지난 71년 닉슨 대통령이 알래스카를 방문한 히로히토 일왕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사진 등을 비교하면서 오바마 대통령 인사법에 대한 찬반 여론을 전했다.

지난 4월 런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때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을 때도 보수 진영은 "국격을 훼손한 행위"라고 유사한 비판을 했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