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가에서는 주가보다 금값 움직임이 더 큰 관심사다. 국제 금값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달러화와 금은 강한 대체관계를 형성해 왔다. 특히 달러 강세기보다 약세기에 대체 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비대칭성'이 뚜렷해져 실수요 이상으로 금값이 상승하게 된다. 또 글로벌 위기가 진정되면서 과잉 유동성과 이에 따른 인플레 우려로 헤지 차원에서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예측 기관들은 금값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금값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른 '슈퍼 스파이크',가격 상승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슈퍼 사이클',그리고 금뿐만 아니라 모든 귀금속의 가격이 오르는 '퍼펙트 스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국제 금값의 상승으로 대내외 금융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골드뱅킹이란 각종 금융기관들이 금과 금 관련 파생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팔고 사는 거래를 말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같은 골드뱅킹이 활성화된 지 오래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각광받았던 금 스와프,금 선물 등 금 관련 파생 금융상품이 아니라 이보다 단순한 골드바, 금계좌,금대여 상품들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뱅킹 업무 활성화와 함께 국내 재테크 생활자들도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대안투자에 대한 관심을 부쩍 높이고 있다. 대안투자란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각종 펀드와 골드뱅킹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금융사는 '글로벌 스위트 스폿'으로 금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글로벌 스위트 스폿'이란 테니스 라켓,야구 배트,골프 드라이버 클럽 등에서 공이 정확하게 맞을 경우 가장 빠르게,가장 멀리 이상적으로 날아가는 최적의 타격점을 말한다. 재테크 분야에서는 최고의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를 의미한다.

모든 가격변수는 거품이 끼면 반드시 붕괴되게 마련이다. 금값 상승으로 일각에서는 다음 금융위기는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에서 올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10년을 주기로 1987년 선진국 주식시장,1997년 개도국 외환시장,2007년 선진국 주택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금융위기는 개도국의 상품시장에서 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월가에서 '인디애나 존스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는 부자가 될 일념으로 금 찾기에 나선 악당이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금을 발견한 순간,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일을 그르치고 만다는 교훈을 준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가 언제 인상되느냐가 향후 금값뿐만 아니라 차기 금융위기 발생 여부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회복될 경우 그 자체가 금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에서 달러캐리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부 금융사들이 '글로벌 스위트 스폿'으로 금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금값은 금시장 자체 요인보다 달러 가치, 시장참여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돼 예측하기 어렵다. '인디애나 위기설'의 경고대로 금값이 오른다고 해도 실제 금에 투자할 때는 신중하고 겸손해야 예기치 못한 낭패를 피할 수 있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