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3일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미 · 일 동맹 강화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9월 출범한 일본 민주당 정권이 '대등한 미 · 일 외교'를 내세우고 있는데다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상당히 냉랭해진 상태에서 이뤄져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두 정상은 서로의 불편한 '혼네(속마음)'는 일단 숨긴 채 동맹국으로서의 체면을 살려주며 실리부터 챙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날 오후 3시45분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총리공관에서 하토야마 총리와 오후 7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회담을 갖고,내년 미 · 일 안전보장조약 50주년을 계기로 동맹관계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선 '핵 없는 세계'의 실현 및 지구 온난화 대책,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등 3가지 분야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과 주일미군 지위협정 개정 등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하토야마 총리는 자신이 표방하고 있는 외교 노선인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 "동아시아 공동체는 미 · 일이 중심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후텐마 기지이전 문제는 새롭게 설치되는 각료급 회의체에서 가능한 한 조속히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5년간 총 50억달러의 민생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도 전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 · 일 동맹 관계는 아시아 · 태평양 지역 안정의 핵심"이라고 화답하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선 신속히 논의를 끝내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미 · 일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6자회담 테이블에 돌아오기 전까진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북한의 호전적 행동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아키히토 일왕과 오찬 회담을 가진 뒤 이날 밤 싱가포르로 향한다. 이후 15일 열리는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중국을 거쳐 18일 저녁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