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일본을 시작으로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금융위기 이후 파워가 급격히 약해진 미국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아시아 무대에서의 첫 신고식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순방에서 첫 방문지인 일본부터가 오바마 대통령에겐 상당히 껄끄러운 회담 상대다. 지난 9월 출범한 일본 민주당 정권이 '대등한 미 · 일 외교'를 내세우고 있는 데다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양국 간 관계가 냉랭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3일 저녁 도쿄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선 두 나라 간 불편한 '혼네(속마음)'는 일단 숨기고 동맹 결속 강화와 지구 온난화 대책이 집중 논의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삭감 △'핵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협력과 북핵 공동 대응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후텐마 기지 이전과 주일미군 지위협정 개정 등 군사 관련 쟁점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아키히토 일왕과 면담한 후 싱가포르로 이동한다. 싱가포르에서는 15일 리셴룽 총리와 양자회담을 한 후 APEC 정상회의 일정에 참여하며 16일 오후 현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및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16일 오후 상하이로 이동,중국 방문 일정에 들어가 중국 대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후 17일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18일엔 원자바오 총리와 만난 후 저녁에 마지막 순방지인 한국으로 향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 이 지역 지도자들과 균형성장을 위한 무역 불균형 해소책 및 시장개방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순방에 앞서 1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균형성장 전략은 아 · 태 국가의 시장이 우리 수출에 개방돼 있고 전 세계의 번영이 더 이상 미국의 소비와 차입에 의존하기보다 미국의 혁신과 상품에 의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