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와 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다시 부인의 이혼소송에 직면하며 상당한 재산 손실을 감수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이미 6개월 전 이혼 결심을 밝힌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 여사가 이날 이혼소송 진행을 공표함에 따라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혼비용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의 언론 재벌이기도 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재산은 대략 50억~80억유로(약 8조6천억~13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혼소송의 최대 관심은 그가 일궈놓은 거대한 족벌 기업체 연합의 붕괴 여부에 모아진다.

라리오 여사 측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불륜이 이혼을 초래한 이유라며 그에게 상당한 이혼의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간 라리오 여사와 협상을 통해 합의 도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이혼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혼의 책임을 덜기 위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간 모델과 쇼걸 등과 맺은 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혼소송 진행시 재산분할의 당사자 또한 복잡하게 얽혀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전처와의 사이에 둘, 그리고 라리오 여사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두고 있어 이들간의 재산분할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빚어질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족벌기업체는 건설과 방송, 보험, 광고, 출판, 이탈리아 내외의 빌라 등 부동산개발업을 망라하고 있다.

30년만에 파국을 맞게 된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라리오 여사와의 인연은 밀란에서 라리오 여사가 토플리스 차림으로 연극에 출연하던 당시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집권 중도우파 연합에 속한 의원들 일부는 총리를 위해 소송비용을 제한하는 급조된 법률을 발의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소송에 직면하면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지도는 62%에서 4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웬만한 유럽 지도자의 지지도를 능가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