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입담꾼 헤로도토스가 그의 저서 『역사』에서 전하는 바빌로니아의 역사는 매우 매혹적이다. 때론 너무나 소설 같은 얘기 위주로 구성돼 있어서 과연 이 모든 기록이 사실일까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동양의 ‘역사의 아버지’인 사마천의 『사기』가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지닌 상대적으로 점잖은 학교 선생님이 연상되는 책이라면 서양의 역사학의 시조는 약간은 사기꾼 같고, 약간은 약장수 같지만 손을 떼기 어려운 성인소설 같은 느낌으로 대조를 보이는 것도 재미있는 특징이다. 특히 헤로도토스의 기술 중에서 현대인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끄는 자극적인 소제가 풍부한 것은 바빌론에서의 결혼 및 신전에서의 ‘종교 매춘(신성한 매춘)’과 관련된 내용이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고대 바빌로니아는 한마디로 외모 지상주의 사회였다. 한마디로 못생긴 여자, 돈 없는 남자는 결혼하기 힘든 사회였는데. 헤로도토스는 “지금은 이 좋은 풍습이 아쉽게도 없어졌다”며 ‘과거’ 바빌로니아에 존재했다는 결혼풍습을 카더라 통신으로 전하고 있다.

내용인 즉슨 바빌로니아의 부락에선 일년에 한번 혼기가 찬 여자들을 전부 한곳에 모은 뒤 남자들이 그 주위를 빙 둘러서도록 했다고 한다. 이어 경매인들이 한 사람씩 여자를 세워 경매에 부쳤다. 경매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부터 시작해서 그 여자가 팔리면 두번째로 예쁜 여자가 경매에 부처지는 식으로 진행됐다. 적령기 남자 중 부유한 청년들은 서로 값을 올려 제일 아름다운 여자를 사려고 혈안이 됐다. 반면 돈없는 서민들은 돈을 주고 여자를 사기보다는 오히려 돈을 받고 못난 여자를 얻는 것이 통례였다.

이어 헤로도토스가 전하는 논쟁적인 풍습은 신전에서의 매춘행위다. 헤로도토스는 “모든 여자들은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전 앞 뜰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낯선 남자와 성관계를 가져야 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신분고하와 관련 없이 무조건 해야만 하는 ‘종교적 의무’였다는 게 헤로도토스의 설명. 이에 따라 부잣집 여인들은 하층 여인들과 어울려 있는 것을 싫어해서 밀폐된 마차를 타고 그 뒤에 많은 시종을 거느리고 덮개가 있는 마차를 타고 신전에 들어가 지나는 남자에게 점지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여자들은 신전안에서 엮어서 만든 끈을 머리에 두른채 앉아 있었고(끈은 여신과의 연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일이 끝나면 끈도 풀었다.), 신전은 항상 떠나고 도착하는 여인들로 붐볐다고 한다.

여자들 사이로 남자들이 거닐면서 여자를 물색했다. 여자가 일단 신전에 앉은 이상은 어떤 여자도 여행자가 그 여자를 골라 무릎에 동전을 던져 주고 그 여자를 신전 밖으로 데리고 나가 성관계를 갖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은화를 던진 남자는 “밀릿타(아프로디테의 앗시리아식 이름)여신의 이름으로”라고 외쳤다고 전해진다. 돈의 액수는 얼마라도 상관이 없었고, 적은 돈이라도 한번 던지면 신성한 것이 되기 때문에 거절하거나 돌려줘선 절대로 안됐다고 한다. 여자는 동전을 맨 처음 던진 남자를 따라가야 하며 (아무리 남자가 후지고, 별볼일 없어도) 결코 거절해서는 안 됐다.

남녀가 몸을 섞은 뒤 여자는 여신에 대한 봉사를 다한 것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고 그후로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그 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헤로도토스는 ‘외모 지상주의’풍조를 다시한번 적나라하게 전하며 ‘오크녀’들의 가슴에 못을 밖는 것을 잊지 않는다. 즉 그에 따르면 “용모가 뛰어난 여자는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못생긴 여자는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계속 기다려야만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자리에서 3년,4년씩 앉아 기다리는 여자도 있었다는게 헤로도토스의 설명이다.

이같은 헤로도토스의 설명은 액면 그대로 100% 믿기는 좀 자신이 없지만, 일정부분 고대사회의 실상이 전승의 형태를 통해 전해진 게 아닐까 싶긴 하다.

여하튼 이같은 헤로도토스의 매혹적인 ‘구라빨’은 현대 한국사회에서도 뜨끔한 감을 주기도 하는데. 잊을만 하면 ‘사이비 종교 교주나 종교지도자가 신의 명령을 핑계로 신도를 성폭행했다’는 기사를 접하는 데다, 무엇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외모지상주의는 결코 고대 바빌로니아에 뒤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사는 ‘말빨 좋은’분이 약간 초를 쳐서 “못생긴 여자, 돈없는 남자”에게 가혹한 오늘날의 외모지상주의 세태를 후세에게 전한다면 과연 헤로도토스의 ‘바빌로니아사’기술과 얼마나 다를지 자신할 수 없지 않을까?


<참고한 책>
헤로도토스, 역사, 박광순 옮김, 범우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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