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어릴땐 백인이라고 생각, 크면 한국 여행"

지난 1961년 미국에 입양된 김은미 영(46)씨는 어렸을 때 양아버지가 한국과 관련된 그림책이나 레코드, 장난감 등을 사오면 그것들을 무시해 버렸다고 한다.

군인이었던 양아버지를 따라 조지아와 캔자스, 하와이 등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낼때에도 백인 남자아이들만 사귀었다.

주변에 있던 아시안계 아이들은 일부러 거들떠도 안봤다.

현재 샌 앤토니오에 살면서 한국 문화 유산을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당시 나는 스스로를 백인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녀가 30대 초반 어느날 한국에 대한 정체성을 깨닫게 됐고, 당시 그녀는 "왜 내 생모는 나를 버렸나, 끝까지 나를 지켜주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영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한국인 입양아의 정체성 문제를 9면과 11면에 걸쳐 크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에반 B. 도널드슨 입양연구소가 179명의 한국인 입양아를 대상으로 수행한 정체성 관련 연구자료를 인용해, 한국에서 입양된 어린이들의 78%가 자신을 백인으로 간주하거나 백인이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60%가 중학교에 다니면서 인종.민족적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응답했고, 성인이 됐을 때는 거의 61%가 한국의 문화를 배우거나 또는 자신들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6.25 전쟁이 막 끝나던 1953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약 16만명의 한국 어린이들이 해외에 입양됐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이들 입양아는 대부분 학교에서 인종 차별을 경험했으며 성장기에 정체성 문제로 혼돈의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7개월때 입양된 하이디 와이츠먼은 양부모들이 한국 아이를 입양한 다른 가족과 접촉도 갖고, 그녀를 한국 문화 캠프에 보내기도 했지만, 이를 몹시 싫어했다고 한다.

현재 세인트 폴에서 정신건강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와이츠먼은 컬리지를 나와 21살때 다인종 사회인 뉴욕으로 이사를 오면서 부터 한국인이라는 것에 편안함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내 정체성을 찾는 작업은 길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정체성 찾기 작업은 쉽지 않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양부모들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다',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자신들을 거부하거나 키워준 은혜를 배신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 다녀온 많은 입양아들은 한국인들의 곱지않은 시선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포트 로더데일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조엘 밸런타인은 "한국에 가서 친할머니를 만났지만 내가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 왔다고 나를 나무랐다"면서 "나를 입양시켰던 것이 바로 그 할머니였고, 그래서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