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웃 콜롬비아와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군에 전쟁 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관영 TV와 라디오로 중계된 정례 일요방송에서 콜롬비아와 고조되고 있는 긴장관계가 결국에는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양국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면 "전쟁은 남미 전 대륙으로 확산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전쟁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최근 남미 국가들의 우려 속에 콜롬비아와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병력을 증강시킨 미국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도록 도발할 것에 대비해서 군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콜롬비아와 미국 정부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콜롬비아와 미국 정부는 과거 차베스 대통령이 전쟁 도발을 우려할 때마다 전쟁 의도가 없다는 기본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콜롬비아 주둔 미군은 마약 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되풀이 해왔다.

지난 몇주 사이에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지역에서 일련의 총격사건과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사이에는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주에는 베네수엘라의 서쪽 타치라 주에 있는 한 국경검문소에서 오토바이에 탄 괴한 4명이 국경수비대원 2명을 살해하면서 몇몇 국경검문소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0월 국경을 넘어온 콜롬비아 축구동호인 9명과 자국민 2명이 피랍된 후 총격으로 피살된 시체로 발견되자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며 타치라 지역에서 최소 10명의 콜롬비아 민병대 요원을 체포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 5일 국경지역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1만5천명의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다.

베네수엘라 센트랄 대학의 엘사 카르도소 교수(국제관계)는 차베스 대통령의 병력 배치와 요란한 언사는 국내 치안악화와 함께 전력 및 급수 사정 악화 등 국내 현안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훌리오 보르헤스는 콜롬비아와 긴장관계를 해소시키기 위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협력하는 것이 이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결국에는 콜롬비아의 좌익게릴라와 우익민병대 등 불법집단들의 위협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